매일신문

수국시학교실을 다녀와서

수국 작가촌으로 가는 길 내내 는개가 앞을 가려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벗어버리려는 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한여름의 푸르름과 시가 있는 떠남의 설렘이나를 들뜨게 하였다. 물의나라(수국)는 아득한 남쪽 끝 충무 앞바다에 두개의 작은 섬으로 떠 있었다. 해미 속에 아련히 떠 있는 섬들이 그려내는 한폭의 그림이 우리들(서종택, 서지월, 정숙, 그리고 필자)네시간의 여정을 휘발시켜 버렸는지 피곤함도 잊고 시 속으로 우리를 유배시켜 버리고 말았다.그곳에는 4박5일동안 시와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모두가 시를 사랑하였으므로 남녀노소 구별이 없었고 우리를 가리고 있던벽이 모두 허물어지고 없었다. 잔잔히 들리는 파도소리에 섞이는 {시와 인생}이라는 조병화교수의 강의가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았다.김윤식교수의 {시와 사회, 역사}라는 연제의 열띤 강의는 민중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로 대변되던 80-90년대의 시에 대한 반성과 50-60년대의 문학의재평가가 필요함을 역설하였고 우리 시의 세가지 갈래 즉, 화전민의식을 계승한 참여민중시, 실존정서를 바탕으로 한 시, 토속적 정서를 깔고 있는 시로나눌 수 있다는 강의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명강의였다.오후에 창원의 고영조시인의 걸찍하고 구수한 사회로 진행된 시인과의 대화시간은 김후란 허영자 조태일 이경희 이가림 신진 이태수시인의 창작체험담과독자들의 열띤 질문으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스스럼없이 고백하는 창작의고통을 공감할 수 있었고 참여시, 민중시에 대한 열띤 토론은 남쪽 바다를붉게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저녁 식사후 진행된 시낭송의 밤, 밤바다에 퍼지는 시읊는 소리는 삶에 찌든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깨끗하게 씻어주었는지. 우리 대구의 바리톤 박영국씨가 부르는 우리가곡, 이태리가곡, 슈베르트의 가곡은 모든 청중들을 압도하여숨막히게 만들고 우리를 2시까지 잠못이루게 하였다.

다음날 장호교수의 시의 소재론, 이가림 교수의 현대 프랑스 시의 이해, 강은교시인의 창작체험에 대한 강의 즉 문학은 혼자하는 것이며 혼자 고통스러워해야하며 체험을 소화하여 모든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요지의 강의는 모두를 매료시켰다.

시조시인인 이우걸씨의 {현대시조의 이해}란 강의가 훼손되고 상처난 언어로요설적으로만 쓰려고하는 우리를 잠시 부끄럽게 하였지만, 이근배 송수권 유재영 차한수 김종철 서지월 제시인과의 대화는 언제 끝이 날지 몰랐다. 피를잉크로해서 시를 쓰며 하루라도 시를 생각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아난다니 얼마나 치열한 정신의 소유자들인가. 백일장의 조용한 열기를 식히는 음악회의 감미로운 선율은 파도 소리조차 잠들게 하였다.

다음날 김준오 교수의 {현대시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강의, 김재홍교수와오세영교수의 강의가 있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했다.그러나 가슴하나 가득 남쪽 바닷가의 소나무처럼 싱싱하고 새로운 시정신을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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