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칼럼-실명제 충격

집중호우로 여러곳에서 제방이 유실되고 축대가 무너지는 물난리를 겪고 있다. 빗물이 공사 설계도대로 흘러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재난이다. 사회의제반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음 세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아무런 머리아플일이 없다.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는데 있다. 오늘의 사회는 너무 다원화하여 예측이 쉽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다른 문제가 생겨 의도가 빗나가기 일쑤다.새정부가 경제개혁을 위한 중요한 조치의 하나로 전격실시한 금융실명제도지금까지로는 예상했던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기다려봐야 알일이지만 부동산 투기조짐도 보이지 않고 증시의 혼란도 대단치 않으며 고가의 미술품이나 귀중품의 실물투기도 별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지하로 흐르고 있다는 검은돈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 움츠려 있는 것일까. 사채시장이 얼어붙어 돈이 돌지 않으니 영세기업만 돈구하기가 어렵게되었다고 야단이다. 부작용만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하경제가 GNP의 20-30%가 되어 경제흐름이 왜곡되고 땀흘리지 않고도 잘사는 불로소득이 판쳐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꺾고 사회에 향락과 타락 풍조를 조장한다는 원성들은 오래 되었다. 그래서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경제흐름을 바로잡고 어두운 구석에 햇빛을 들여넣어 밝게한다는 이번 조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공식적 통계발표는 없었으나 새정부초기의 사정작업착수때와 근사한 호응을 얻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행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것이 번거롭기는하나 국민들은 불평이 없다. 남은 일은 근본적으로 이 조치가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부득이했다하더라도 정부의 정책이 빈번히 충격적이어야하는지에는생각해볼 점이 있다. 이상적이고, 실제는 어려울지 몰라도, 국민들을 자주 놀라게해서는 안되며 더나아가서는 그런 정책이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저절로 되게 하는것이 최상이다. 어느 언론관계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새정부의이점을 지적한 일이 있다. [김대통령은 언론의 지지와 사랑을 그 누구보다만끽하며 커온 정치가다. 오직 그의 개인적 카리스마로 대중의 환호와 갈채를만들어내고있다. 그러므로 신문이 아무리 그를 지지해도 지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분석가인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새로운 현실}에서 새시대의 정치지도자는 카리스마를 경계하라고 권하고 있다. 지난 시대의 스탈린.히틀러.모택동을 예로 들었으며 뛰어난 군사지도자였던 {더글라스 맥아더}도 그의 카리스마성때문에 한국전에서 패배의 길로 갔고 {존 F 케네디}도 실제는나정으로는 아무 한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야하는 실명제도 이런 관점에서 볼때는 그 성패는 추진과정에서 카리스마성을 얼마나 배제하느냐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할수있다. 사회정의실현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둔다면 이익추구를 근본가치로 하는 경제의문제를 풀기어려울수도 있다. 다소 새정부의 개혁의지와 거리가 있고 지금당장 이룰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일이 흘러 가능한 일이라면 그런 요소는 뒤로미루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제도정착으로 기대되는 이익에 앞서 경제쇼크등부작용으로 입게되는 손실이 있으므로 가급적 그것을 줄이는 노력이 따라야한다.

제방을 빈틈없이 쌓아 누수를 막고 물길을 바로 잡는다면 그 제방이 얼마나걸려 축조되었는지 또 누가 한 공사인지는 그뒤의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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