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인의 동네자랑

74년 이른봄 임지인 LA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다니며 동네구경을 많이 했다. 다운타운 인근이나 아주 빈촌으로 보이는 곳은 으스스 한기를 느끼게도 했지만 대부분은 훌륭한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삶도 있구나 하는 부러움과 감탄이 치솟는 동네도 한두군데가 아니었다.미국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자기네가 살고 있는 동네자랑을 가끔 하는데 나는그같은 동네를 만들어 놓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자랑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들의 동네자랑 가운데 매우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동네는 밤에 자유로이 산책할수 있다}는 것이다.저녁을 먹은뒤 마을을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사일뿐인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귀에그 자랑은 퍽 우스꽝스럽게 들렸다. LA뿐 아니라 웬만한 미국의 대도시는 범죄가 무서워 밤거리를 걷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낮에도 걸어다니면 곤란한 지역이 많다는 걸 알고는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고 우리의 문화와 도덕성으로 보아서 우리나라에는 그런 일은 없을것이라고 굳게 믿었다.요즈음 보도를 보면 선진국 문턱은 먼데 범죄는 웬만한 선진국을 앞질러 가는 듯 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러다가 우리에게는 {밤거리를 자유로이 걸을수 있다}고 자랑할수 있는 동네마저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밤거리를 산책하는 것이 아직은 자유스럽다. 무섭다고TV앞에 웅크리고 있지말고 밤산책을 하자. 건강에도 좋고 이웃과 더 가까워질수도 있을뿐더러 사람이 많아지면 범죄는 오히려 줄어들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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