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 첫국회도 별수 없이 {날치기}와 {실력저지}라는 구태를 그대로 재현했다. 민자당은 농림수산위를 시작으로 작전을 개시, 재무위와 예결위에서전광석화식의 날치기통과를 성공시켰으나 본회의 통과에는 몸싸움에 밀려 실패했다.줄다리기, 기마전, 말타기등 물리적인 충돌 뿐만아니라 욕설과 맞고함 사태등 2일밤과 3일 새벽에 이르기까지 국회는 그야말로 난장판과 아수라장의 연속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들려오던 {문민}구호는 이날 국회주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한숨만 짓게하는 한심한 장면들이 속출했고 급기야이날 의사진행을 거부한 이만섭국회의장 대신 총대를 멘 황낙주부의장등 몇사람은 병원에 실려가는 불상사까지 빚어졌다.
누가 의장을 하든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달라질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않는 암담한 장면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농림수산위**
0...이날 민자당의 작전은 농림수산위에서부터 시작, 오전10시에 이어 오후2시 두차례에 걸쳐 정상적으로 회의가 진행되었으나 야당의원들이 [추곡가9%인상에 1천1백만섬 수매가 관철되지 않으면 의사일정에 합의해줄수 없다]고계속 버티자 민자당의원들은 행동을 개시.
오후2시30분께 농림수산위원장실에 있던 민자당의원들은 하나 둘 빠져나가회의장에 집결했고 이상한 낌새를 챈 야당의원들이 {쌀개방 절대반대}어깨띠를 두르고 몰려가 한바탕 설전.
이런 와중에 정시채위원장은 뒷문으로 들어와 허재홍의원 옆에 서서 전격적으로 추곡안통과를 선언하고 국무위원석을 두드렸고 이어 야당의원들이 정위원장을 덮쳐 회의장은 아수라장.
이 과정에서 정위원장의 안경이 떨어지고 김영진의원의 입술이 찢어졌는데정위원장은 민자당의원들의 엄호아래 간신히 회의장을 빠져나가 몸을 피했다.이후 이길재 이희천 김장곤 김인곤 조역현의원등은 곧바로 농성에 돌입, [속기록에 {개의합니다}밖에 기록되지 않았고 녹음테이프에도 추곡매입동의안 언급이 없다]라며 무효를 주장.
**재무위**
재무위의 날치기는 그래도 이날 날치기중에서는 그나마 부드럽게 통과된 것.농림수산위의 날치기 통과가 이미 전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여야간 경계태세는 더욱 강화된 상태였지만 노인환 재무위원장의 얼렁뚱땅 처리방식이 먹혀들어 민주당의원들은 힘한번 써보지 못한채 종결. 그러나 재무위는 이날 세법개정안등 세입관련부수법안을 비롯한 29개 안건을 무더기 통과.두차례 정회후 오후5시에 속개된 회의에서 노인환위원장은 여야의원들이 서로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는 가운데 [토론은 이제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고말하자면 토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인데...]라고 우물쭈물 얘기하며 장내를정리하는 척하다가 전격적으로 [1항부터 29항까지 일괄 상정하겠다. 이의있느냐]고 묻고는 민자당소속의원들의 [이의없다]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통과를선포.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김원웅의원등 지원반도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으며 뒤늦게 민주당의원들이 격렬히 항의했으나 노위원장은 황망히 본관을 빠져나가 미리 대기해둔 자신의 차량을 타고 뺑소니.
**예결위**
오후7시15분과 9시5분경의 김중위예결위원장의 예결위회의장 1.2차 진입시도에 실패한 민자당은 10시15분경 3차진입에선 양동작전을 구사, 어렵사리 신날치기에 성공.
3차진입에 나선 김위원장이 또다시 민주당의원및 보좌관에게 떠밀리자 옆문에 대기중이던 민자당간사인 김운환의원이 힘이 다른 쪽으로 쏠린 틈을 타 중앙출입구로 진입, 박희부의원 자리에 선채로 위원장을 대리, 육성으로 예산안수정안 가결을 선포, 김간사는 여야가 서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속에서 자신을 밀착수비하던 박광태민주당의원이 다른 곳으로 간 사이 [회의를 진행합니다]고 육성회의를 진행했고 이순간 이협의원등 민주당의원들이 머리채를 휘어감고 입을 틀어 막는등 저지했으나 [이의 없느냐]는 말이 새어 나왔고 [이의있다] [없다]고 혼재하는 가운데 민자당측은 이를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고본회의장으로 이동.
이에 민주당의원들은 속기사석으로 가 [의사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사인하라]고 다그쳤으나 이미 속수무책. 화가 난 김병오 민주당정책위의장은 [전두환, 노태우정권과 다른것이 무엇이냐, 이것이 문민정부의 개혁정치냐]고분통을 터뜨렸고 장영달의원도 [이에 나쁜 X들, 김영삼대통령 꼴좋다]고 울화통.
**본회의장**
0...법정시한내 통과가 끝내 무산된 2일 자정에 앞선 1시간동안 국회본회의장은 여야의원들과 몸싸움에 동원된 보좌관 비서관등 수백명이 대치상태에서격돌을 벌이는 일촉즉발의 상황.
밤 10시18분 예상보다 빨리 전광석화 같은 작전 전개로 예산을 통과시킨 민자당측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집결하면서 전운이 가득. 11시20분 오후5시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황부의장이 회의장뒤쪽 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고, 이때부터 약 20여분간 여야는 서로 밀고 밀리는 치열한 몸싸움을 시도. 그러나조직적이고 치밀한 작전을 전개하는 민주당측의 자랑스럽지 못한 {승리}로이날의 상황은 종료.
황부의장은 이 과정에서 행동대 민자당의원들의 호위속에 본회의장에 가까스로 진입은 했으나 민주당의원들의 몸을 내던지는 육탄전 탓에 출입구에서 약4-5m지점에서 {통과}라는 말한마디 못꺼내고 강제 퇴장. 황부의장은 이때 허리와 얼굴에 부상을 당해 거의 혼절상태에서 곧바로 병원행.황부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시 민주당의원들이 결사적인 저지에 나선 것과는달리 민자당의원들은 몸을 사리며 물끄러미 구경만 하는 장면을 연출. 이때문에 일부 민주계의원들은 민정.공화계의원들을 빗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방관자세를 비난.
황부의장의 부상으로 더이상 회의진행의 악역을 맡을 사람이 없게 되자 민자당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 의원휴게실에서 비상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속수무책. 게다가 법정시한인 12시마저 넘겨버려 [내일을 기약하자]며퇴청.
이에 민주당의원들은 마치 승전을 기념하듯 이기택대표를 중심으로 당관계자들과 박수와 만세를 부르며 민자당의 강행통과 저지를 자축.**청와대**
0...청와대는 새해예산안 추곡수매동의안 세법개정안등이 국회에서 민자당에의해 날치기처리된데다 법정처리시한인 2일 자정까지 강행처리하려던 새해예산안의 본회의 처리가 실패로 끝나자 몹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특히 이날 강행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킨데다 이러한 사태가 김영삼대통령의 법정시일내 통과라는 강력한 의지에 따른결과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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