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할머니의 사랑

찬바람이 점차 매서워져 간다. 어릴적 이맘때쯤이면 따끈한 아랫목에 누워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 저고리 고름을 손가락에 칭칭 감아쥐고 이야기를 듣다가 초저녁잠에 할머니의 눈이 슬슬감긴다 싶으면 고름을 당기곤 했었다. 우리세대면 누구에게나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음직한 이런 광경을 요즈음에는 보기 힘들어진 것은 핵가족의 영향도있겠지만 하루종일 이불이 깔려있던 아랫목이 없어진 탓이 아닌가 싶다.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중에는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위해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 몇분이 계신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지나친 과보호로 오히려 심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옛부터 내리사랑이라 하여 조부모의 손자사랑은 본능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사정이좀 다르다. 어려운 집안일수록 얹혀산다는 부담감이 큰 할머니들은 아들 며느리가 출근하며 {애 잘보라}는 한마디에 안절부절 못하며 고달픈 하루를 보낸다. 영악한 요즈음 아이들이 할머니의 그런 입장을 모를리 없다. 쉴새없이 응석을 부리고 들어주지 못할 요구를 한다. 그럴때마다 할머니의 달래는 방법은먹을 것을 사주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입맛을 잃게 되고 그런 아이에게밥한술 더 먹이려면 좋아하는 반찬 한두가지로 편식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편식과 잔병치레의 악순환속에서 아이들은 신경질적이고 버릇이 없게 마련이다.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아이에게 다부지게 약을 먹이지도 못하니 치료도더딜 수 밖에 없다.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이의 건강과 성격형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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