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신예작가 중편 릴레이춤추는 숲

엄 창 석

이 병 헌 화

부활하는 새 1

보통 생(생)의 황혼에 접어든 늙은이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뒤적이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살아온 세월의 두께가 얇디얇은 젊은이라하더라도 자신의 과거를 집요하게 반추하는 어떤 시기가 있다. 내외부적으로갈등을 일으키는 새로운 국면 앞에 서 있거나 살이의 한 매듭을 본능적으로느낄 때가 그러하다. 거기서 그의 지난 자화상(자화상)이 일그러지기도 하고혹은 화려한 빛으로 되새겨져 현재의 그에게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이즈음의 동유도 그러했다. 결코 오랜 삶이 아니었건만, 옛 시절의 마디마디가 눈에 보이듯 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음악과 밝은 삶에 대한 동경이 갑작스런 격정으로 그를 몰아대었던 얼마간이 지나고, 이젠 한발 물러서서 그간의일들을 짚어보게 되는 것이었다.

여러 원인이 있을 터지만 그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의혜가 그의 집을 방문해온 데 있었다.

바로 그저께였다. 태풍이 제주도로 북상한다는 기상예보가 있더니 아침부터비가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날은 연습실인 빈 교회당에 가질 않았다.며칠간 구름 낀 날씨가 계속되어 연습실에 습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습기도 그렇지만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이상하리만큼 악기를 어깨에 얹기가 싫어지는 요즘이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은 점심을 막 먹고 났을 때였다. 아래층에서 수도료 따위를 받으러 왔는가 하는 짐작으로 무심코 방문을 열었는데, 동유는 제 눈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명랑한 목소리를 내놓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줄무늬 상의자락이 비에조금 젖어있었다.

그가 얼어붙은듯 서있자, 그녀가 우산 뒤로 들고있던 꽃 한다발을 쓱 내밀었다. 정말이지 꿈결인가 싶었다.

[일찍 한번 찾아오려고 했는데 늦었어요]

[......]

[잠시 들어가면 안되나요?]

초롱같은 눈으로 동유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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