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항시인 김남조씨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열정을 불지펴온 시인 김남주씨가 13일 새벽 지병인췌장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48세.{변혁의 불꽃}이라 불릴 정도로 군사독재에 맞서 직설적인 비판의 시들을 쏟아냈던 그는 72년 전남대 영문과 학생 시절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인 {함성}과 {고발}지를 제작, 배포한 혐의로 8개월간 투옥됐었다. 그뒤 고향해남에서 농사를 짓다 79년 10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사건에 연루돼 재투옥,88년 형집행정지로 9년3개월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감했으나 그렇게도 그리던{햇살}을 자유롭게 쬘 수 있게된지 3년만에 불치의 병과의 긴싸움을 시작했다. 군사독재와 미국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기를 갈구하며 시인이기보다는 조국해방전의 전사임을 자처하던 김시인은 그의 세계관만큼이나 섬뜩한 저항의 언어들을 아무런 여과장치없이 노출시켜왔다.

두번의 옥살이에서 교도관 몰래 우유곽을 뜯어 못끝으로 눌러쓰거나, 손바닥만한 종이에 볼펜으로 쓴 그의 시들은 암울한 시대에 지하에서 은밀히 읽혀져왔고 투옥당시 나온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등의 오자를 바로잡고 표현이나 구성을 고쳐 재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시의 밑바탕에는 대지에서 풍요를 일궈내는 농부나 바다에서 고기를 건져올리는 어부, 석공, 광부등 민중에 대한 한없는 신뢰와 시인의 천진성이 깔려있어 큰 울림을 느낄수있으며 그의 작품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는 이 겨울, 때이른 죽음은 민족문학진영의 큰 슬픔으로 다가오고있다.

발인은 16일 오전8시 서울고려병원 영안실(722-8099). 전남대 교정에서 노제를 치른뒤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묻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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