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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숲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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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는 아쉬움에 몸을 떨며 곁에 있는 허록의 옷을 뒤져 담뱃갑을 찾아내었다. 한가치를 다 태우는 동안 허탈한 심경이 숙어들지 않았다.스탠드 불만이 빤히 켜진 실내에 약간의 수런거림이 떠돌고 다니는 것 같았다. 밖에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동유는 필터를 태우며 손끝으로 다가오던 담뱃불이 저절로 꺼질 즈음 머리에퍼덕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강변에서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온 의혜도 어쩌면 자신과 같은 상상의 그물 속에 포박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여자는 음기(음기)의 동물이라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은가.동유는 무슨 암시를 받은 것처럼 재빨리 휴지로 바이얼린 몸통에 묻어있는정액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모서리 부분의 남은 흔적을 의혜가 준 손수건으로꼼꼼히 지울때는 상상으로 끝난 열망의 아쉬움만큼이나 새로운 기대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음악서점에서 사온 클래식과 대중음악 악보를 방석 밑에 감춰놓고 동유는 교회를 빠져 나왔다. 정말 가을비가 뿌리고 있었다. 우산을 찾으려 들어가려다그냥 빗속을 뛰었다. 구멍가게만 불이 켜 있고 자전거점이나 구두가게 따위는 셔터를 내리고 있는 걸 보아 꽤 밤이 깊은 듯하였다.

동유는 휘적휘적 큰 걸음을 딛어 화원(화원)앞에 다다랐다. 역시 불이 꺼지고 문이 닫혀있었다. 조그마한 처마가 비를 가려주었다. 잠긴 유리문에 물기젖은 코를 대고 안을 들여다볼때는 그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어두운 실내에서 좀전의 자기처럼 소파나 긴 의자에 몸을 누이고 그 어떤 갈망의 꿈을 꾸고있는 의혜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치는 자동차 불빛으로 화초들이 횟대에 앉은 닭처럼 잠을 자고 있다는 느낌 뿐 의혜의 모습이라곤 찾을 길이 없었다.동유는 참을수 없다는 듯 곧장 옆을 돌아 화원에 붙은 본집을 기웃거렸다.집의 구조로 보아 큰방이라 짐작되는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으나 의혜의 방인듯 보이는 맞은편 작은 방엔 불이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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