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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숲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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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미터밖에 되지 않는 집과의 거리가 한층 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런것이,이날밤 의혜가 자기가 몽정을 하듯 이불을 뒤채며 자기의 영상을 껴안을 것같다는 어이없는 확신이 자꾸만 드는 것이었다. 만일 그렇다면, 만일 그렇다면? 동유는 거푸 입속에서 되뇌었다. 말그대로 창 아래서 세레나데라도 켜야하지 않을까.그러나 동시에, 그런 추측이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애틋한 불안이거나자신의 열정이 물거품같은 것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자기연민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자, 어깨가 축 처지고 천연한 느낌마저 몰려왔다. 오선지에 갇혀있는 음표들이 그의 바이올린 소리를듣고 톡톡 튀어나와 나비가 되어 춤을 추고, 천사가 날개옷을 벗은 듯한 눈부신 그녀의 알몸이 한낱 부질없는 환영같은 것이었다니. 그녀를 열정적으로껴안고 입맞춤한 것은 또 무엇이고. 도무지 수긍할수 없는 노릇이었다.어찌 손하나로 손뼉을 칠수 있었겠는가.

그의 이층집 방문 앞에 섰다. 허록이 어쩌면 와 있을지 모른다. 동유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불이 켜진 방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동유는 거실로 올라섰다. 허록이려니 짐작하던 동유는 여자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시선에 혼란이일어났다. 선영도 아니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서...]

그리고 보니 언젠가 본적 있는 얼굴이었다. 언뜻 떠오르질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그녀가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기억나세요? 전에 저희 클럽에 왔을때 인사드렸던?]

[아, 희란씨라구 그랬던가요?]

여자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맞아요. 강희란이예요. 제 개인문제로 허록아저씨를 뵈러왔는데, 아저씨가경주에 가셨다 새벽에 들어오겠다며 집에 있으라구 그래서?]아, 이 여자가 폴리스 클럽 살모사란 놈의 애첩이구나. 동유는 한달전에 웨이터 박이 폴리스로 불러냈을때나 조양인가 하는 몸파는 여자가 하던 얘기들을 기억했다. 스물예닐곱 정도되었을까, 과연 사내라면 누구도 탐낼만한 빼어난 미모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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