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녀에 대한 송구스러움과 연민만큼,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 살무사란 작자에 대한 적의감이 돌연 솟구치고 있을 때였다.[아직도 좀더 보고 싶어요? 바지도 팬티도 벗어주어요? 응?][......]
왜 그런말을 하는가. 자신의 격한 감정에 취해 채 그의 감정변화를 눈여겨보지 않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유는 그녀에 대한 연민의 잔이 한꺼번에 엎질러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강희란의 말은 어느새 반말투로 바뀌어 있었다.
[왜? 똥씹은 낯짝을 보니 되게 겁은 먹었네. 벗으라면 몽땅 벗어줄게. 당신송곳도 꽂고 싶으면 한번 꽂아보시라 이거야. 오만 사내들이 좆집이라 휘적거리는 곳이었으니 말이야]
동유는 벌컥 침을 뱉듯이 말해버렸다.
[그래애? 벗어볼테면 벗어보라구!]
강희란이 바지혁대에 서슴없이 손이 가는 것을 보며 방을 나와버렸다. 밖에는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두번째 만난 여자, 아니 허록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은듯한 가여운살이의 여인. 하지만 그녀만큼이나 이상스럽도록 자신의 태도도 비틀어져버리는 것은 자신도 어쩌지 못할 노릇이었다. 실상 그녀에겐 그녀의 삶이 있고버티기 힘든 절망이 있지 않은가. 그녀에게 의혜를 환치시키는 것은 얼마나부질없는 짓이며 난폭한 행위인가. 그러나 동유는 후에 자신의 난폭성을 후회한다더라도 이날밤의 소중한 열망은 어떤 것에든 손상을 받게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아니 그 어떤 것이라도 희생시키고 제물로 삼더라도 현재의 열망을 한껏 부추기고 싶어지는 것은 웬지 모를 일이었다.
동유는 어깨에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빈교회당으로 돌아왔다. 의혜의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져있고 방석 아래는 켜다 만 슈베르트 악보등이 깔려있었다.
동유는 긴 의자에 몸을 뉘었다. 손을 뻗어 바이올린을 집어들었다. 초저녁에정액을 뿌렸던 바이올린의 오목한 허리를 가슴에다 힘껏 부둥켜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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