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팔공에 살고지고

[공산 높은 봉우리에 눈이 쌓이네/그 눈 하늘에 가득 온누리 맑기도 하여라사당 깊은 골에 혼령이 사시는지/해마다 큰 눈 세번 덮이면 상서로운 풍년이든다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비운 가슴으로 산을 오른다. 오늘도 내일도 팔공의 장엄하고도 겸허한 마음을 배우려 함인가. 조상 대대로 운명인듯 산을 바라보면서 살아온 달구벌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에는 저 팔공의 모습이 집단무의식 속에 배고 녹아 흐른다.곰처럼 쭈그리고 날아오르는 기상으로 말이다.

고려조의 태조 왕건이 견훤을 맞아 공산(공산)의 오동나무 숲에서 싸우다가본인은 몰래 빠져 도망을 쳤고 왕건과 모습이 비슷한 장절공 신숭겸과 김락등 여덟장수가 끝까지 싸워 목숨을 바쳤다고 {고려사}에는 실려 있다. 해서이를 터 삼아 만들어진 노래가 두 장수를 애도하는 {도이장가}이다. 겨레의앞날을 바라다보는 공동선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수 있다는 건 어려우면서도참으로 복된 일이다.

본디 팔공산의 이름은 {공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 {공(공)}은 땅이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곰숭배신앙을 드러낸 것이니 바야흐로 조상신 숭배라고나할까. 서거정 선생의 글에도 보면 제의공간이 신사(신사)로 드러난다. {신증유합}에서도 곰(고마)은 경건하게 흠모해야 할 그 무엇으로 풀이된다. 이는고조선때 단군의 어머니신이었던 웅녀신 숭배와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다.한데 개발이란 이름으로 헐어버리다니. 그것도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 얼핏 이해가 안된다. 팔공산은 조상신 숭배의 거룩한 산. 공산성에 오동나무 숲을 되살리자. 오동나무 꽃내음 온 산에 가득하게. 겨레가 하나되는 그날을 위한 염원으로. 대불(대불)은 아실까. 우리들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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