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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시론-법없이도 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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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니 자연히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된다.어려운 처지에 있는 여러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법률상의 도움을 받고자 찾아오는 것이다.대체로 함께 온 일행이 당사자를 가리켜 {이사람은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며이러이러한 일로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고 사건설명을 늘어놓는 경우가 더러있다.

**{순리대로}의 의미**

법없이도 살 사람이 법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니 오히려 법없이는 못살 사람이라는 표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하여 생겨났는지 알수는 없어도 참으로 묘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우리사회생활에서 법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은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대도 자신은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자기는 법에 어긋나지 않고 순리로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원래 법(법)이라는 글자체가 물(수)이 흘러가는(거) 것과 같은 순리(순리)를뜻한다.

법은 그것이 바로 그시대와 그 사회의 순리이고 최고의 선(선)이기 때문에누구나 지킬 것을 강요받는 규범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법이 그 사회의 순리와 선을 담고 있지 못한다면 법답지 못한 법이 되고 따라서 지키지 못할 법이 될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은 선량한 일반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여 지킬수 있는 것을 그 내용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법없이도 살 사람은 이러한 순리의 법은 지키고 여기에 어긋나는 처신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지키지 못할 법은 그 자체 규범을 잃어 법답지 못한 법으로 되고 만다.**법답지 못한 법 많아**

우리사회에는 일반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지않는, 법답지 못한 법이 너무나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그 많고 복잡한 조세관계 법규들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업자가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여 부가가치가 생기기만 하면 10분의1의 부가세를 물어야 하는 부가가치세법이 으뜸이 될 것이다. 사업자가 사업을 하여 이익이 있으면 10분의1이 세금이란 의미이다. 10분의1 세율은 너무엄청난 것이어서 사업자는 기를 쓰고 조세포탈을 시도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며 끊임없는 조세저항을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순리로 받아들일 조세법규가 되지 못하기 때문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유능한 사업자는 유능한 탈세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조세쟁송이 많고 조세 범죄가 많은 나라도 드물것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사업자는 거의가 전과자(범죄자)가 될것 아닌가 우려될 지경이다.

또 자동차운송관계 법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자동차운전기사들이 사용자(운송회사)에 대한 쟁의수단으로 적법운행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적법한 업무활동이 사용자에 대한 압력수단이 되었으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지금까지는 위법운행을 공공연히 해왔다는 것인데 이와같이 모든 운송업자가 지키지못할 법규라면 애초에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닌가. 법이있으되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벌써 법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운송정책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나라에는 법만능의 풍조가 있다. 걸핏하면 법부터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법전(육법전서)은 해마다 부피가 두꺼워져 이제는 도저히 한권의 책으로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속에는 법전문가도 전혀 알지못하고 따라서 아무도 지키려고 하지 않는 법들이 수없이 수록되어 있다.

형식은 법이로되 벌써 법규범력을 잃어 실질적으로는 법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법을 만들기 위하여는 엄청난 노력과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제5공화국초기에 졸속으로 만든 그 많은 법들이 대부분 개폐되어야 한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대적 법령정비를**

우리는 차제에 대대적인 법령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벌써 법치국가가 아니다.우리민족은 옛날부터 법을 존중하는 문화를 지녀오고 있다.현대적인 법개념과는 다른 것이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걸핏하면 법률 들먹여왔다.

상대방의 경우없는 행동을 두고 그런 법이 어디있느냐고 나무라는 것이다.최근의 각종 법 경시풍조는 우리의 고유문화와 상충되는 것이니만큼 차제에대대적인 준법운동이 있어야할 것이다.

법은 법다운 법이어야하고, 국민모두가 이를 지키는 것을 긍지로 삼고 어기는 것은 큰 수치로 인식하는 성숙된 사회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변호사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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