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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선인장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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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네가 알 수만 있다면...]나는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아주 복잡한 마음이었다. 어머니의 {그분}과 {믿는 사람}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언뜻 아주 넓은 의미를가진듯 보이는 그 말들 속에 어머니는 자신의 유일신만을 믿으라는 뜻을 숨겨 놓고 계셨다. 사실 어머니는 다른 모든 종교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맹렬기독교 신자신데다 나의 방황(어쨌든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보이겠지)이 어머니의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달래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이 아닌가.그건 종교든 뭐든 제각기 자기만의 것을 가질 자유가 있다고 믿는 나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반된 태도이다. 그리고 내가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못하고 있다는 어머니의 짐작도 사실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는 눈치지만 나는 완벽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있으니까 말이다.게다가 몇 되지도 않는 식구들이 제각각의 종교에 경도되어 있는 꼴이라니.내가 쓴 웃음을 흘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어머니가 현관을 나서시자 말자 잘 넘어가지 않는 국을 다시 냄비에 쏟아 붓고는 엷게 커피 한잔을 태웠다. 아직 채 개키지 않고 펼쳐둔 이불 위에웅크려 습관적으로 신문을 뒤적거리는 동안 연거푸 세통의 전화가 걸려왔다.한통은 내가 담임을 맡은 반의 아이, 한통은 동생 미수, 또 한통은 고모로부터 걸려온 것이었다. 그 세통의 전화내용은 한결같이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것(그것도 서른 일곱 노처녀의 한심한 생일이라는 것), 이제는 내가 꼭 결혼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어서 나를 실망시켰다.

특히 나를 실망시킨 것은 미수의 전화였다. 결혼 삼년만에 두 아이의 엄마가되어 버리더니 불과 삼, 사년전의 자신이 어떤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말일까. 하지만 나는 미수의 전화에도 크게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을 걱정하고 간섭하는자체를 애정이라고 믿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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