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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지원기관마저 고립될 판"…고립사 늘어도 대구시 정책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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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립보고서] 재난이 된 고립, 해법은?
대구 고립사 연평균 증가율 15.8%…전국 평균보다 4.6%p 높아
올해 예산 오히려 줄어…전문인력은 태부족
"대상자가 집에서 나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잡아야"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한 여관. 지난 9월 이곳에서는 50대 남성이 고독사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한 여관. 지난 9월 이곳에서는 50대 남성이 고독사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우리 사회에서 고립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7년간 대구의 고립사(고독사 및 무연고사) 연평균 증가율은 15.8%로 전국 17개 시도 평균(11.2%)보다 4.6%p 더 높다.

고립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복지 울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 안전망은 타인의 관심이 절실한 이들에게 제때 손을 내밀지 못했다.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복지 서비스는 사각지대를 낳았다.

◆고립 가구 느는데 예산·전문성은 태부족

대구시는 지난 2023년부터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발굴·보호하기 위해 '고독사 예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취약계층 등 위기가구로 분류된 이들에게 ▷자동 안부 전화 ▷고독사 예방 홍보 ▷실태조사 추진 등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통합사례관리 일환으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해마다 고립 위험군 지표가 악화하는 것과 달리, 이들을 위해 쓰이는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대구시의 예산성과계획서를 살펴보면, 고독사 예방 지원 사업 등 '위기가구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은 지난해 281억8천여만원에서 올해 274억6천여만원으로 축소됐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 역시 지난해(24억4천500만원) 대비 소폭 줄었다.

지역 최초 '은둔형 외톨이' 지원 단체인 작은거인의꿈 김홍일 대표는 "대구에는 예산도, 전문 인력도, 인프라도 없다. 우리 같은 지원기관마저 고립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개인 비용과 후원금으로 버텨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련 사업이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은둔·고립 대응 정책은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국내 일선 복지센터 등 사업은 대부분 3~4월에 시작해 연말에 성과를 내고 종결하고 있다"며 "은둔 대응은 사후관리가 핵심임에도 실적을 쌓기 위한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고, 당사자에게 눈을 맞추고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복현동 골든플라자(복현SKY)가 대학가 원룸 건물들 사이에서 36년째 방치돼 있다. 외벽에
대구 북구 복현동 골든플라자(복현SKY)가 대학가 원룸 건물들 사이에서 36년째 방치돼 있다. 외벽에 '근일공개' 문구가 붙어있지만, 오랜 기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소심 속 흉물이 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러한 분위기에 일선 복지관도 고립 가구를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복지관이 운영하는 여러 복지 사업 중 고립 가구를 위한 것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 지역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독거 가구를 위한 프로그램은 보통 1~2개"라며 "그마저도 사회적 고립 예방을 목표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일상생활이나 식사 지원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팀 단위보다 더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다"며 "내년에는 고독사 예방 사업 국비가 늘었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고, 대구시와 구·군이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원 벗어난 중장년…AI 돌봄도 한계

대구의 고립 대응 사업들은 대상 설정과 운영 방식 등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소득 기준을 앞세운 지원 구조는 사각지대를 낳았다. 발굴·상담을 맡은 인력은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위험군 돌봄 역시 비대면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해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회적 고립은 중장년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구시 고독사 위험군 1만682명 중 50대가 5천5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천301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위험군의 약 60%가 40~50대에 분포해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7~2023년) 발생한 고독사의 74.8%가 중장년층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중장년층을 겨냥한 지원은 부분적·단기적 사업에 그친다. 중장년층 대상으로 상담 등 심리·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구시의 '1복지관 1고독사 예방사업'은 대상자가 500여명에 불과하다. 또한 중장년층에게 지원하는 '가사·간병 사업'은 소득 기준으로 제한해 고립 가구들의 접근성을 낮췄다. 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 중위소득 70% 이하 등이 대상이다.

오히려 중장년층 지원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달서구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인 가구 요리 통한 사회관계망 사업'의 올해 예산은 1천50만원이었다. 전년도(1천960만원)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운영하는데 예산 자체가 줄었다"고 했다.

7일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낡은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일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낡은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에선 고립사 위기 가구의 발굴·상담을 위해 '즐거운 생활 지원단(즐생단)'을 운영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단원 502명으로 구성된 즐생단은 읍면동별 2인 1조로 투입된다. 실태조사와 사전 방문, 후원 물품 전달 등의 역할을 맡는다.

다만 이들이 활동에 앞서 받는 교육이 15시간에 그친다는 점은 아쉽다. 전문성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한 즐생단원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마음의 문을 닫은 분들이 많다.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심리적으로 대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즐생단원은 "며칠간 교육받는 내용을 다 흡수해서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 1인 가구 명단만 갖고 방문하고 있는데 새롭게 발굴하는 건 맨몸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의 정책 방향성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관리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로 안부전화 또는 건강·불편 사항을 확인하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사람과의 교류가 아니다 보니 대상자는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김명식(69·가명) 씨는 "매번 비슷한 말만 반복하고 어투도 단조로워서 챙김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다"며 "내가 죽은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 같아서 마음도 불편하다. 이제는 첫 마디만 듣고 바로 끊어버린다"고 말했다. AI 돌봄은 '연결'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다.

한 복지관의 고독사 사업 담당자는 "대상자가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일부 지역의 복지관들은 고립 가구의 사회 관계망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지만, 대구시는 이러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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