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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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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애인은 이미 나와 주파수가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할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겐 {설명}이 필요하다구, 심지어 가족에게 조차도 말이야.그러니까 난 {왜, 무엇을, 어떻게}남에게 설명하고 전달하려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거지]혜수는 한마디 한마디를 스타카토로 아주 신중하게 말하였다. 난 혜수의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에 할말을 잃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것일까. 혜수는. 비교적 평범하게 지내왔던 혜수가 갑자기 연극을 한다고 나선 것과 이런 이야기들은 어떤 상관이 있을까.

[난 모르겠어.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관객들에게 박수받고 환호받으며 자신을 확인하는 것 아냐? 난 네가 최선을 다했다고 보았고,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넌 참 나 같은 사람은 결코 할수 없는 일을 훌륭하게 해내었다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부럽고 자랑스러웠는지 몰라. 네 이야기는, 그러니까, 도대체 연극을, 더이상,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난 내가 이해할수 없는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를 몰라 더듬거렸다. 혜수는 쓰잘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 두자며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가 했더니 일어나 계산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곤 종업원과 무슨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열시 반이 훨씬 넘어 있었다.혜수는 시계를 살펴보는 나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그러니까 아직 결혼도 못하고 있는 거 아냐? 아직껏 귀가 시간에 신경 쓰고어머니께 바깥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꼬박꼬박 하고, 학교 갔다 집에 와선 꼼짝을 않고... 언니도 자신만의 시간, 생각, 계획 같은게 없는 것도 아닐텐데.너무 변화없이 사는 것 아냐?]

난 혜수가 그렇게 말해도 빙긋이 웃기만 하였다. 모두 사실이긴 하지만 또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이번 여름 방학만 해도 나는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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