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전원) 열 셋나는 막힐 것 없는 두 청춘남녀의 관계인데 결혼을 하는게 어떠냐고 넌즈시혜수에게 권해보았다. 혜수는 그런게 아니라 결혼 같은 것에 대해서 관심이없을 뿐이라고만 대답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직연애만이라면 차라리 좋겠다고 알쏭달쏭한 말을 덧붙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냐고 되묻자 혜수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언니, 언니는 어떻게 삶을 견디지? 난 그 사람과의 관계도 절실하지만 그걸넘어 서서 살고 싶어. 그 사람과 껴안고 성교하고 사랑한다는 말하며 아이를낳고 그렇게 사는 삶만이 다일까? 천문학적 거리에 있는 저 별들처럼 아득하게 흘러오고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나의 이 티끌같은 삶의 의미하는 바는 뭘까?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난 이 사소함들을 넘어선 삶이 있을 수 있는지, 내가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닐 수는 없는지 궁금해. 난 그 사람을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지속적이란 시간이 얼마나 덧없이 짧은 시간인 줄 알면서 그것으로만 내 삶을 메워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나는 소위 그 철학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존재가 결코 되지 못할뿐더러그런 질문들을 애써 피해온 인간형이 아닌가. 난 혜수의 말에 아무말 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내 삶을 가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 아니던가. 언젠가 혜수는 내가 지나치게 집안에만 머물러 있는건 아니냐고, 그래서 결혼도 여지껏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결혼을 못하고있는게 아니라 안하고 있는 쪽이 아니던가. 체질적으로 번잡한 것이 싫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왔던 것은 또 따지고 보면 삶속에서 어떤 의의를 찾고추구하려 하지 않는 그 이상한 회피의 관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내 혼자 그런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문득 혜수가 막 떨어져 가는 별똥별을하나 찾아내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캄캄한 밤하늘에 긴꼬리를 잠시 남겼다가 덧없이 사라져가는 작은 별똥별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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