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씨 세번째 시집 {푸른 빛과 싸우다}

현실과 인생의 비밀스런 국면을 찾아들어가고자하는 탐색적 태도로 시를 쓰고있는 시인 송재학씨가 세번째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를 문학과 지성사에서냈고 그동안 시보다는 산문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온 김영수씨가 첫 시집{순례자의 계절}을 출간했다.올해 제5회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기도한 송재학씨의 이번 시집은 이태 가까이 돌아다닌 남한강에서 밀양강까지, 주전에서 병곡까지 길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묶은 속집이라고 자서에 적혀있다. 시인은 이전의 {얼음시집}(88년), {살레시오네 집}(92년)에서 보듯 단순하고 소박한 노랫말을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에서 끄집어낸다.

{그는 강을 건넌다/이번에 아내를 데리고 올 건가/몇 년 만에 그는 뼈마저썩는/깊은 병을 안고 돌아온다/강은 벼랑을 넘보며 검붉은 혀를 널름거린다/절망만이 부적처럼 보이자/누군가 신발을 벼랑가에 벗어두고/몸을 던진다/.../경전을 안고 벼랑에/절이 세워진다/다리를 자르고/그는 경을 읽는다/말은사라지고 광기에 매달리는 오랜 가뭄/사람들은 소를 잡아 피를 뿌린다/절을불태우며 그를 붙잡는다/이미 제 목을 친 그의 노래를/푸른 달빛 속에서 듣는다/노래는 밤을 삼킨다}(시{가객}중에서)

시인은 절대적 단순함을 위해 긴장한다. 걸러내고 따지고 깎아내면서까지 도달하고픈 단순하고 소박함이다. 그 단순소박의 경지를 시인은 시에서 뿐아니라 삶속에서도 이뤄지기를 꿈꾸고있다고 말한다.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는이런 단순함을 바탕으로 마음의 무늬를 섬세하고 깊이있게 포착해 언어로 된아름다운 정물화를, 삶의 아픔이 실린 깊은 소리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시집여기저기에서 목격할 수 있는 소리의 파장, 공기의 파동, 검고 푸른 빛과 꽃그림자등 비밀스런 언어들이 고요하면서도 환하게 때로는 희뿌연 연무처럼아른하기도해 그의 시적 특성을 감지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씨는 [심연을 응시하는 눈을 통해 현실의 육체성을 해부해가면서 노래의 푸른 이랑을이루고자하는 시인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고 시집해설에 적고있다.이제까지 8권의 수상집을 낸바있는 시인 김영수씨(안동대교수)의 {순례자의계절}은 {참회} {감격} {영광}련작으로 구성돼있다. 그의 시는 생명과 사랑의 길에 이르는 순례자의 경건한 몸가짐처럼 종교적 사색으로 읽힌다. 세상속에서의 고통, 파괴된 영혼에서 생명의 열정으로 사랑의 감격으로 승화되는 여정을 시인은 시로 그려내고있다.

{내 작은 고요를 세워/그대의 침묵에 닿으면/아 일제히 켜지는 촛불들/우주는 가득히/음악의 강물로 풀어집니다/억울한 사람도/가난한 사람도/무딘 사람도/모자를 벗으며 들꽃을 꺾어/저마다의 가슴에 꽂는답니다} ({감격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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