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비창) 넷"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다는듯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건조한 내 말투에 스스로 정나미가 떨어졌다."응. 나,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내 삶을 지탱시켜 줄 근거가 필요해."혜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겠다든?"
나는 할 필요도 없는 질문을 했다.
"응. 그이에게 다 말했어. 언니, 나 어디든 좀 데려가 줘. 춤도 추고 술도마시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말야. 나 자신을 방만하게 풀어 헤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
혜수는 더 없이 절실하게 나에게 부탁했다. 망설이지 않고 나는 중심가의한 나이트 클럽으로 혜수를 데려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혜수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텅빈 나이트 클럽에 들어서면서 나는 이게 혜수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겠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텅 빈 무대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음악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혜수는 아무도 없는 무대 위로 풀쩍 뛰어 올라 서더니 작정한 사람처럼 춤에 열중했다.
혜수는 반쯤 눈을 감고 머리를 음악에 맞춰 느리게 흔들기 시작하더니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음악이 흐르는대로 자신을 맡겨 두고 있었다. 마치 해초들이물결이 흐르는대로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때로 기지개를 켜듯 한팔을 주욱 머리 위로 뻗어 올리다가 두팔로 늘어 뜨린 머리를 싸안듯이 하기도 하였다. 나는 아주 냉정한 태도로 맥주를 마시며 그러는 혜수를 바라만 보았다. 불빛 아래 얼핏 혜수의 얼굴이 비쳤는데 그녀는 울고 있었다.점차 비트가 강하고 거친 음악으로 바뀌어져 갔다. 혜수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신을 한손으로 벗어 던져 버리더니 한갈래로 묶은 머리를 확 풀어 헤쳤다. 온몸이 축축해질 때까지 춤을 추는 혜수를 지켜 보다가 어느 샌가 무대위로 뛰어 올라가 함께 춤을 추었다. 나 자신도 음악의 일부가 되어 버린 느낌속에 빠져 들어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