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손거울에 비천상이니, 연화문이니 새겨 넣었던 그 섬세한 마음과이런 둔탁한 청동을 닦고 또 닦아 가며 얼굴을 비추어 보고자 했던 마음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가슴이 미어져 오는거야. 거울에 비추어 보려고 했던 것은현란하게 꾸민 외모가 아니었을 거야. 청동 거울에 문득 문득 세월의 녹이 앉는걸 닦아내며 그들이 바라 보았던 것은 녹나지 않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부한 생각이겠지만 난 내 마음을 닦아 내는 어떤 매개물로 이 거울을 간직해 왔던거 같아. 그리고 이게 틀림없이 우리 옛 조상것인데도 아주 낯선 남의 땅에 이걸 그냥 내버려둔다는 게 내키지 않았고.... 프랑스의 한 벼룩 시장에서 이걸 발견했을 때 나는 사지 않고 그냥 돌아온다면 나를 있게 한 조상의 조상, 조상까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꽤 심각하게 생각했지]혜수는 마치 나에게 유품을 남기듯 청동거울과 아버지의 사진과 그것들의 의미까지를 맡겼다. 나는 그것들을 물려 줄 후손이 앞으로라도 있을 수 있을지회의하면서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리라는 생각을 언뜻 하였다.그날밤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불을 부스럭거리며 잠을 설치는 나와는 달리 혜수는 아주 달게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나는 혜수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쓰다듬어 가지런히 손으로 빗어 주기도 하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지작거려도 보았다. 아직 어릴 때 아장아장 걷는 혜수를 난 그렇게 들여다 보기 좋아 했었다.미수랑 똑같이 태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언제나 미수에게만 귀엽고 예쁘다고했다. 미수는 붙임성이 있고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무슨 꽃처럼 예쁘긴 했다.반면에 혜수는 제 손바닥을 들여다 보며 놀거나 유리를 통해 비쳐 들어오는빛줄기를 바라보거나 하며 혼자 놀기를 즐겼다. 그런 혜수의 타고난 내성을두고 사람들은 곱지않은 눈초리로 보곤 했다. 하지만 잠든 모습만큼은 미수보다 혜수가 훨씬 예뻐 보였다. 나는 혜수가 잠든 모습이 하도 예뻐 보여 자주 그렇게 들여다 보고는 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흘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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