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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선인장 이야기(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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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나 역시 안방엘 드나드는 일이란 손톱깎기라든가 약상자 따위가 필요할때 뿐이긴 했다. 아파트라는 공간 자체가 마치 광장처럼 큰 거실을 중심으로가족이 각자 제방에 흩어져 사는 꼴이라 그렇게 된 점도 있겠지만 이런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는 건 그해 여름을 지나며 겪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고해야 옳을 것이다.나는 때로 준수가 살아 있었다면 이렇진 않으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준수가 장가를 들어 조카라도 한 둘 낳아 기르게 되었다면, 그 아이가 이 방 저방을 기웃거리고 다니는 데 따라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속을 내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이런 기이한 거리감을 느낄 때면 이상의 시 {육친의 장}이라는 시를 생각했다.

[나는 24세. 어머니는 바로 이 낫새에 나를 낳은 것이다. 성쎄바스티앙과같이 아름다운동생. 로오자룩셈불크의 목상을 닮은 막내누이. 어머니는우리들삼인에게잉태분만의고락을말해주었다. 나는 삼인을 대표하여-드디어-어머니 우린 좀더형제가있었음싶었답니다.

-드디어어머니는동생버금으로잉태하자육개월로서유산한전말을고했다.그녀석은 사내댔는데 올해는19 (어머니의 한숨)

삼인은서로들어알지못하는형제의환영을그려보았다.이만큼이나컸지-하고형용하는어머니의팔목과주먹은수척하여있다.두번식이나객혈을한내가냉정을극하고있는가족을위하여빨리안해를 맞아야겠다고초조하는마음이었다. 나는24세나도어머니가나를낳으시드키무엇인가를낳아야겠다고생각하는것이었다.]우리 가족의 관계를 그린 것만 같은 시였다. 아니, 어쩌면 단지 우리집 식구들만이라기보다 아주 많은 가족들이 이런 건 아닐지. 서로에게 자신을 내보여주며 그 관계의 소중함을 다듬어 간다기보다는 폐쇄회로처럼 단절되어 제각각 혼자 앓으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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