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학 유사학과 통폐합

대학의 유사학과 통폐합은 이미 대구지역의 대학에서 추진된바 있는데 교육부가 이를 종합해 추진계획을 다시 밝힌 것은 늦으나마 대학의 발전진로를 바로 잡은 것으로 본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이름만 한두자 다를뿐 같은성질의 학과가 너무 많다. 그예로 생물학과에 생물과학과, 생명과학과, 미생물학과, 응용미생물학과등으로 세분돼있고, 공과대는 대부분 17-18개 학과로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학과가 성격을 달리하면서 깊이있게 학문연찬을 해간다면 물론 나무랄데가 없고, 오히려 권장할 일이지만 문제는 실제가 그렇지않은데 있다.학과세분화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동안 량적성장에만 신경을 써오면서 재정확보책의 하나로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지나치게 학과를 신설한 결과다. 대학뿐 아니라 폭발적인 대학교육의 수요를 급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도 대학 정원을 마구 늘려준데 큰 원인이 있다. 전국대학들의 학과설치 추세를 보면 75년에는 전국 72개대학에서 2백36개 학과이던 것이 85년에는 1백개 대학에서 4백7개학과, 지금은 1백31개 대학에서 5백57개 학과로 늘어난 형편이다.증원을 위한 편법이 이처럼 엄청난 증가를 가져왔고 학과이름만 듣고는 무슨학문을 공부하는 학과인지 구별조차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거기다 또 부작용이 커서 대학으로서는 시설투자의 중복과 교수보직의 확대로 재정부담이 늘어났고, 학과이름만으로는 그 성격을 정확히 알수없어 수험생의 선택에 혼선을 가져오고 기업체의 취업요청이 끊기는등 학생들에게 피해가 많았다.

유사학과를 통폐합함으로써 시설투자를 한곳으로 집중할수있고 교수의 보직수를 줄여 인건비를 절약할수 있으며 그 재원을 다른 연구에 돌릴수 있다. 그리고 유사학과가 학문성격때문에 생긴것이 아니라 사실은 증원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대학의 량과 함께 지금은 대학의 질을 걱정해야할때이므로 질을 위해서 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학교육도 이제 개방의 문턱에 와있다. 외국대학과 경쟁을 않을수 없고 경쟁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경쟁력을 배양해야 생존할수 있다. 유사학과 통폐합은 이런면에서 일찍부터 추진되었어야 했던 과제다.

교육부의 추진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대학들의 형편으로서는 그 작업이쉽지 않을것임을 짐작할수 있다. 전공이 다른 교수가 2명있으면 학과가 3개있어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교수들간의 이해와 갈등이 작업을 늦추게 할지모른다. 그러나 큰 테두리로 보면 우리대학들이 외국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사학과의 난립폐단을 먼저 시정않을수 없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되어 대학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어야 할것이다.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대학의 구조적결함은 하나하나 고쳐가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