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학시절

국민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갑자기 아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물어온다.어느 대학을 졸업했다고 대답하자 그럼 서울에 있겠네라면서 종이에 무언가긁적인다. 딸아이의 숙제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대학시절을 문득 회상케한다.처음 입학하여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매일 술먹고 밤늦게 귀가하는 바람에퇴사당하던 일, 하숙집밥상이 어찌 그리 부실한지 구내식당에서 70원짜리 퉁퉁 불은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던 일, 미팅시간을 지키기 위하여 강의를 빼먹다가 교수님에게 혼쭐이 났던 일등이 주마등같이 뇌리를 스쳐간다.당시는 소위 유신헌법시대였는데, 육법전서를 끌어안고 도서관에 처박혀 고시공부하던 친구들을 무척이나 멸시했었지. 그러다가 합격자명단에 친구들의이름이 하나둘 보이자 나도 별수없이 고시공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지만당시의 데모에 등장하던 유일한 구호는 유신헌법철폐, 박정희 물러가라였다.그러한 구호를 외침으로써 시대의 모든 고통을 대변하였고, 2-3분간의 짧은 시위후에 들이닥치는 공안경찰({짭새}라 불렀다)에 의해 체포당하면 시위가담자의 인생은 그날로 끝이었다. 그러기에 한번의 시위에 가담하기 위하여는 몇개월의 번민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대학은 아름답고 추억이 가득하였다. 누가 인생의 황금기가대학시절임을 부인할 수 있으랴.

올여름 방학때는 처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한번 가자. 아빠가 다녔던 대학을 보여주고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고뇌하였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자. 석양빛 곱게 물든 캠퍼스를 걸으며 너희들도 이다음에 크면 아빠의 대학시절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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