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가로등이 너울너울 빛을 뿌리고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셔터문을 내릴쯤에야 기진맥진한 나는 간신히 우리 동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속옷은축축히 젖어 있었고, 발가락들이 퉁퉁 붓다못해 물러터졌는지 걸을 때마다신발 속이 뜨거운 물기로 저벅거렸다.사람은 이렇게 죽는구나. 길바닥 위에서, 쓸쓸히.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흐느적거리며 나는 아침 등교길에 우연히 보게 된 한 마리의 앙증스런 짐승의 주검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에는 의식이 몽롱해져 아무데나 평다리치고혼뜬 모습으로 앉아 있기도 했다. 만일 그 모습을 어머니가 보았다면 크게실망하여 이렇게 혀를 찼을 것이다.
-승혜야, 너 자꾸 에미 속 썩일래? 이 에미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아니.바로 그 청승이야. 아이구, 못나빠졌기는 ....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의 손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예 어머니의 사진을 묻는데 실패했다. 내가 막 목련나무 밑둥에 흙구덩이를 파고 있을 때, 수위 아저씨가 먼발치에서 다짜고짜로 고함을질렀기 때문이었다. 아, 어느 반점 앞을 지날 때 내 콧속을 자극하던 자장면냄새. 나는 그때 왜 자장면 대신 컵라면이 먹고 싶었을까. 가끔 학교앞 분식점에서 은유와 함께 사 먹던 그 구뜰한 내음. 나는 그렇게 지며리 컵라면의유혹에 시달리며 돌아왔다.
작은 오빠는 슈퍼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지 나를 보자마자 덥석 껴안기부터 했다. 오빠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하염없이 쏟아져 내렸고 온몸은 문풍지처럼 떨었다. 나는 작은 오빠가 그토록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줄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난 네가 아주 도망간 줄 알았어. 은유한테 전화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잖아. 정말 그럴 셈이었니?] 어느 정도 감정이 진정되어 작은 오빠가 물었을 때나는 이렇게 단호히 말해 주었다.
[난 엄마처럼 바보같은 짓은 안해.] 다음날 아침, 나는 별수없이 그 사진을예의 낡은 사진첩 속에 다시 묻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꺼내 보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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