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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엄마기러기의 체념

어린 새끼 기러기를 등에 업고 하늘을 날던 엄마 기러기가 자신이 늙어 날갯죽지를 펼쳐 날 수 없을 때 엄마를 업고 하늘을 날아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했다. 그러나 새끼 기러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뜻밖의 대답에 엄마 기러기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고 그 이유를 물었다. 새끼 기러기는 답답한 듯 그때가 되면 올망 졸망 매달릴 자기 새끼들 업어 주고, 아내도 즐겁게 해주어야하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자면 엄마를 업어줄 겨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아무런 대꾸도 질책도 할 수 없었던 엄마 기러기의 궁색하고 계면쩍은 표정속에는 이 세상 부모들의 가슴속에 침전되어 있는 체념의 아픔이 서려있다.부모란 이러한 체념의 아픔을 도려낼 허허로운 마음으로 오직 자식 위한 기원과 기구 속에 살아가는 희생과 사랑의 화신이다.고부간의 갈등 해소방법에는 {어머니 제주도 관광 가시겠습니까} 한마디가특효약이라고 떠들던 어느 젊은이의 이야기에서 오늘의 우리사회에 왜소해진부모의 형해(형해)와 보은(보은)의 당연한 도리조차 저버린 자식들의 추악한모습을 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효도법을 제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행해야 하는 도리를 법으로 강제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있지만 {서구문명의 오염과 자식들을 버릇없이 가르치기 때문에 가정의 규범과 가치가 파괴된다}는경고와 지적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겠다.

효는 만행의 근본이다. 부모의 수범과 자식의 도리가 이어지는 가정규범의확립으로 밝고 명랑한 가정을 가꾸어 부모님께 천형(천형)인 체념의 아픔을덜어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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