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를 찬찬히 훑어보면 처음 우리 집안에 드리워진 그늘의 기미는 아버지의 기침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오년 전 봄이었다. 겨울 초임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기침은 그때까지 이엄이엄 계속되었다. 우리는 단순한 독감 정도로 알고 있었고, 아버지 자신도 그렇게 믿고 계셨다.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지어 잡수시면 그 순간만 차도가 있을뿐, 다시 감기 같은 증세가 재발되곤 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용케 그해 봄까지 버티셨다.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신데다 그때까지 병원을 몰랐던 건강 체질이어서 아버지는 지나칠 정도로 건강에 자신만만해 하셨다. 우리가 어쩌다감기나 복통으로 드러누워 끙끙거리면 그렇게 건강이 약해서 공불 어찌 하겠느냐고 아버지는 걱정 반 안쓰러움 반으로 이죽거리시곤 했다. 그런 아버지가고약한 악취가 나는 가래와 함께 오한을 쏟으며 어느 날 몸져 누우신 것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입원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저녁도 먹지 않고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큰 오빠와 언니도 와 있었고,아버지는 해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계셨다.
[아빠]
내가 울먹한 감정으로 다가갔을 때, 링거를 드리운 아버지가 좀 멋쩍으셨던지 말없이 빙긋 웃으시기만 했다. 어머니가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복도 한켠에서 어머니는 엑스선 검진 결과 폐화농증인가 뭔가 하는 병으로진단 내렸다며 정도가 심해 아무래도 수술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해 주셨다.그리고 그 병은 수술만하면 완쾌될 수 있는 병이라고 덧붙이셨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둘러방치는 것이 아님을 어머니의 그다지 심각해 뵈지 않는 얼굴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그 폐화농증이란 병이 이떤 병인지 내게는 생소했지만 아무튼 수술만하면 완쾌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득달같이 병원으로 가면서 혹시 암 같은 무서운 병이 아닐까 하고 조마조마했었다.
[그렇게 나쁜 병은 아닌가봐]
나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한 작은오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지 내 말을듣고서야 긴장된 표정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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