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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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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달망지게 껴안은 언니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이윽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꼬대였던가. 어느 순간 나는 언니가 애틋한 목소리로 정진씨! 하고, 나직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언니에겐 장래를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지금은 근무지가 다르지만 전에 함께 근무하던 은행의 대리였다. 언니보다 세살 위인 그 남자는 여러 모로 언니보다 나아 보였다.

작년 여름인가 언니가 자신이 있었던지 그 애인을 우리 집에 저녁 초대를 한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형부될 사람을 처음 보았는데, 첫눈에 가슴에 와 닿을 만큼 외모가 깔끔해 보였다. 그는 예의도 발라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질문에 깍듯이 예를 갖추어 대답할 줄 알았고, 간간이 우리가 던지는 무례한 질문에도 결코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거나 불성실하게 대답하는 일이 없었다. 전형적인 행원 타입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맏사윗감으로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었다. 언니 애인이 돌아간 뒤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은 아버지는 그만하면 안사람 고생은 안 시키겠다고 하셨고, 역시 상기된 표정의 어머니도 예의 바르고 성실해 보인다고만족감을 표시하셨다.

어머니는 곧 언니의 결혼을 서두르셨고 우리는 가을쯤 언니가 결혼할 줄로믿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거의 성사될 무렵에 뜻밖에 그가 조모상을 당하는바람에 올해로 미루어졌었다. 만일 어머니의 일이 아니었으면 언니는 지금쯤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탓이었을까. 작년에 언니를 결혼시키지 못한것을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두고두고 애석해 하셨었다.나는 그 후에도 언니 애인을 두 번 더 만났다. 한번은 언니와 함께였는데,장차 처제될 나를 잘 보았던지 영화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꼭 나를 데리고나오라고 하더라며 언니가 동행할 것을 요구해 따라 갔었다. 그때 본 영화가{사랑과 영혼}이었는데 몇군데 야한 장면이 나와 형부될 사람 보기에 부끄러웠지만 극장을 나올 때는 짠하게 가슴에 남는 것이 있었다. 특히 잔잔히 깔리는 언체인드 멜로디의 구성진 배음이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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