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사과와 엄벌지시론 안된다

최근 벌어졌던 반인륜적 살인범죄와 공무원부패의 극치를 보는 인천북구청세무비리사건, 장교무장탈영으로 드러난 극단적 군기해이등은 한마디로 우리사회전체가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말해준다. 이대로 가다간 통제불능의 혼란속에서 헤어나지 못할것같은 위기감과 사회질서의 체계가 전면적으로 와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숱하다. 그것은 이 지경에 이른 까닭이 국민개개인의잘못된 가치관과 생활방식에도 있지만 직접적으론 정부의 국정운영의 무능과안일에도 기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들의 처리과정과 수습대책에서보인 정부의 조치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김영삼대통령이 일련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법무부장관과 검찰간부들에게엄벌지시를 내렸고 이영덕국무총리는 대국민사과와 의례적 대책을 제시한 것이 정부측 반응으로 고작이다. 어느 정부든 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렇게 해왔고 현정부가 들어서고도 이미 여러차례 되풀이 해온 방식이다. 이는 정부의위기상황에 대한 둔감성을 노출한 것으로 해석하든가 아니면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엄청난 사건들이 불거져도 관련책임자의 문책 한번 없고 오히려 언론이 범죄자들을 영웅시한다는 등의 책임전가를 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건발생의 추적과정에서 행정당국의 방심과 직무유기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 부분은 어물쩍 넘어가는인상을 줄뿐이다. 뿐만아니라 사후조치나 대책에 있어서도 이들 사건의 직간접적인 책임자에게 엄벌지시등을 내림으로써 초점이 맞지 않은 대처방식을 보인 것이다.

최근의 사건들은 국민들의 왜곡된 의식과 관련된 부분도 크지만 그보다 먼저공직자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마비에 관련된 부분이 더욱 크다. 그런만큼 정부는 이들사건의 처리에서 현실성있는 입체적 대책을 세우는 한편 관련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문책을 통해 사회기강확립에 앞서 공직자의 기강확립을 기해야할 것이다. 범죄자에 대한 엄벌은 사법부가 당연히 취해야할 조치다. 다만 국정의 관리자는 사건처리와 수습에 신속한 개입과 처방을 내리는 한편 잘못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는 통제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드러난 범법자에 대한 징벌만 강조하다보면 현정부출범후 줄곧 문제가 된 공직자의 복지부동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기싫고, 누구도 책임을묻지않는 공직풍토는 결국 정부의 총체적 직무유기를 의미할 뿐이다. 그것은곧 공직조직의 마비와 해체를 가져오고 무정부상태의 위기가 된다. 정부는이번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말로만 {새각오}를 천명할게 아니라 결연한 의지로 온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실천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대통령의 엄벌지시와 총리의 사과만으론 안된다. 관련공직자에 대한 엄격한책임부터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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