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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타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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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네가 시방 날 심문하는 거여, 뭐여?]갑자기 아버지의 언성이 파도처럼 치솟았다. 나는 놀라서 작은오빠의 품에안겼다.

[아버지는 말씀하셔야 합니다. 왜 약을 드셨는지 그 이유를 말씀하셔야 합니다.]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질수록 큰오빠의 언성은 도리어 낮아졌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 내 다 말하마. 늬 어미는 전부터 불면증을 앓아 왔다. 하룻밤도 그 약을 안 먹으면 잠을 못잘만큼 아주 심각했다. 너희들은 그걸 모른다.그날도새벽 한시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그 방으로 건너갔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방이 빈 뒤로 그 방에 가면 이상하게 잠이 잘 온다고 가끔 갔었다. 그래서나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은 약을 좀 과하게 먹었을 뿐일게다.]

[아버지, 다 좋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왜죽음의 공포증에 시달렸고, 불면증을 앓아오셨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보세요.]

[그건 애비도 모른다.]

아버지가 단호하게 잘랐다.

[모르다니요? 그게 말이 되십니까?]

[이놈아,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내가 네 앞에서 없는 걸 지어낼까?][아버지는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그걸 말씀하셔야 합니다.]큰오빠가 다그쳤다.

[나는 모른다.]

아버지도 한결 같았다.

[정말 모르십니까?]

[그래 모른다.]

[그럼 아버지는 여태까지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자살이 아니고 그렇게 돌아가셨기를 바라고 싶은 거지요? 그렇지요?]

[나는 모른다.]

그때부터는 대화가 되지 않았다. 큰오빠가 벌겋게 단 얼굴로 방에서 나왔고,나와 작은오빠가 득달같이 안방으로 들어갔을 땐 아버지는 방바닥에 널브러진 채 가슴을 벌렁거리며 [나는 모른다]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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