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바보예찬

이따금 시비와 이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난 초탈한 나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황홀한 만족감에 도취될 때가 있다. 각박한 현실에 오롯이 본연의 나를 간직해 보고 싶은 작은 몸부림이다.15년전 계 교육청에 근무할 때 [이 과장은 모르는 척 잠깐만 바보가 될 수있다면 최고인데...]하며 안타까운 듯 나를 질책하던 계육장의 충고어린 그말에 무척 저항감을 느꼈다. 계육장이 말하던 바보는 내가 갈망하고 희구하는 [크게 어진 사람은 바보스럽다]는 장자풍의 바보가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위한 계산적인 계략이며 진실된 의도를 감춘 이중적이며 표리가 상반된 음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순간적이나마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며 안간힘을 쓰는 치졸한 나의 행동에 대한 순수한 충고로 겸허하게 수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림은 볼 줄 모르지만 화제(화제)에 매료되어 하루에도 몇번씩 달마상 앞에선다는 계수댁을 방문하여 달마상의 화제 앞에 섰다.

{나를 헐뜯는다고 내가 무슨 손해를 보며 나를 칭찬하고 기려 준다고 무슨이익이 되겠는가? 돌아와 동산에 누우니 밝은 달 빛이 빈 뜰에 가득하다(훼오오하손 예오 오하익 귀와동산하 명월만공정)} 는 내용이었다. 언제 만나도훈훈한 체취와 인품이 넘치는 동안(동안)의 계수가 하루에도 몇번씩 그 글귀를 대하며 자신을 다듬는 깊은 뜻을 알듯했다.

남이 헐뜯어도 다툼과 무관하고 남이 칭찬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는 즉 자신의 삶을 크나큰 긍정으로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바보는 현대를 살고 있는 영악한 우리들이 한번 쯤은 지향해야 할 인간상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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