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지하화}논쟁 "종지부"

경부고속철도 대구통과구간의 지하화문제가 10일 이곳을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이 사실상 대구시민의 여론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일단락됐다.김대통령의 조치는 가뜩이나 새정부 출범 이후 순탄치 않던 대구, 경북지역의 민심과 청와대의 관계를 더욱 껄끄럽게 해 온 {지하화-지상화}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겠다는 뜻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최근 박철언씨의 조기출옥, 박태준씨에 대한 불구속 수사방침을 천명한 것 등과 관련, 대구-경북 민심과 구여권과의 화해 차원에서 이루어진것이라는 정치적인 분석도 내놓고 있어 앞으로 청와대의 행보가 주목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대구통과구간의 지상-지하화 논쟁은 지난해 정부가 기존의 지하화 계획을 예산절감을 이유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대구 역세권을 지하화하는 데는 2천억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되므로 예산절감 차원에서 부득이 지상화로 설계를 변경했다는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결정은 대구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기존 경부선철도의 이설 또는 지하화를 주장해온 지역민의 숙원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으며, 지하화 계획이 포함된 최초계획 수립때는 지역주민을 상대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열의를 보인 당국은 지상화로 설계를 바꾸는 과정에서는 여론수렴 절차마저 생략하는등 지역민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 걷잡을 수 없는반대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지상화를 고수하던 정부의 입장은 그후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 내부적으로 지하화로 다시 설계를 환원하는 문제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한번 결정 발표된 계획을 다시 번복해야 하는 어려움과 서울 대전등 유사한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지역에 미칠 영향등을 고려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이날 지하화 방침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오명교통장관에게 대리답변을 유도한 것과 [비용절감보다는 장기적으로 고속철도 본연의 기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회적인 표현을 쓴 것도 이같은 전후사정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오장관의 우회적 표현은 치밀하고 세련된 그의 스타일 때문으로 풀이된다.대통령을 수행한 자리라고해서 장관이 불쑥 {지하화}를 말해 버리는 것보다는 계통을 밟아 총리실서 이문제를 발표하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것이 그를 아는 주변사람들의 견해다.

그동안 이 문제는 {국가적 이익}과 {지역주민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국가의 이익}과 관련해서는 비용절감과고속철도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문제를 놓고 검토를 해왔다.여기서 비용절감보다는 고속철도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쪽을 택했으며, 지역주민의 희망과도 자연스럽게 일치한다는 것이 이날 김대통령이 던져준 메시지다.

오장관은 [역세권 지하화를 전제로 국토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대구 지역민의 여론이 큰 작용을 한 것도사실이다. 김대통령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지만, 대구시민에 보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비용문제가 다소 있더라도 장기적인계획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이 희망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대통령은 또 [대통령으로서 대구, 경북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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