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아온 효자와 달아난 불효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르는 것이 우리의 옛관습이었다.그러나 논어(論語)의 양화편(陽貨篇)을 보면 공맹자 생존시에도 3년간이나 상복을 입고 거친음식을 먹는 예(禮)는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겉치레 형식에만 매달린 효도라는 비판이 있었다.공자의 제자였던 제아(宰我)는 공자에게 3년간이나 상복을 입고 거친 음식만을 먹는 것은너무 길다 고 지적하고 1년으로 끝내는 것이 좋을 것같다 고 건의했다.공자의 대답은 이랬다. 너는 부모의 상중(喪中)에 맛있는 밥을 먹고 아름다운 옷을 입어도마음이 편하겠느냐? 네 마음이 편하거든 그렇게 하라. 군자(君子)는 상중에 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달지않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기거동작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1년이나 3년이란 기간 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단지 상중에는 호의호식하지 않는것이 좋다고 했던 것이다.

요즘처럼 바쁘고 급한 세상에 3년간이나 상복입고 예를 지킨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노릇이다보니 슬픔은 지니되 형식적인 면에서는 간소화된 세상이 돼버렸다.그러나 부모의 임종을 보지 못한 것을 아직도 큰 불효로 여기고 있는 것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세상사느라 멀리 흩어진 형제들 중에 본의아니게 임종을 못하는 경우는 어쩔수 없는 일로 용인되지만 알고도 임종을 지키지 않았거나 상을 치르지 않는 경우는 명백한 불효다.그게 아직은 유교문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않은 우리의 상식적인 의식기준이다.전 포철회장 박태준씨가 자당어른의 별세로 귀국했다. 비록 임종은 못했지만 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고있다. 돌아오면 곧바로 사법처리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돌아온 것이다.늦바람에 정치바닥에 뛰어들어, 타국에서 동가식 서가숙하는 처지만해도 돌아가신 노모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불효 가 컸겠지만 상주로서 귀국해 그나마 자식구실을 한 셈이다.신정부 출범후 해외도피중인 5.6공 실세들중에는 아직도 정치유랑객이 돼 떠돌아다니며 불효 를 하고있는 인사들이 남아있다. 전 민자당 국회의원 ㅇ씨,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이라던 ㄱ씨 등이 그런자 들이다.

ㅇ씨는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해외로 달아났고 ㄱ씨 역시 율곡사업에 관여,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미국으로 달아난 실세 .

하나같이 사내답지 못한 도피 를 한 인물들이다. 이중 ㅇ씨는 지금 팔순노모가 계신다고 한다.

건강이 나빠 언제 노환으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실정이라는데도 귀국을 않고있다.본인은 오고 싶은데 여당쪽에서 불리한 정치적 파문을 계산해서 못들어오게 한다는 보도도나오고 있다.

그걸 핑계라고 대고있는 자체가 벌써 한심스럽지만 어쨌든 자기사정이다.한나라의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는 사람은 8순 노모가 사망했을때 임종은커녕 아예 귀국도않았었다.

박씨와 ㅇ씨 ㄱ씨 세 유랑자 들의 처신이 정치적인 행보에서는 똑같이 도망자 신세였지만 노모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자세는 틀려진 셈이다.

증자(曾子)는 사람이란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보이는 일이 없지만 부모의 상을 당해서만은 반드시 자신을 드러낸다 고 했다.

그들 세사람이 아무리 속으로야 도망간 사정, 피치못할 정치적 사연 등이 이핑계 저핑계 많겠지만 부모의 상을 당하거나 예견하면서 내보인 태도는 꾸밈없는 실체 그것일 것이다.지난 정권 통치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뽑아다 중용했다.

부모상을 당하고도 귀국않는 인격정도의 인물이면 증자의 말이 아니라도 어찌 뇌물을 안먹을수 있겠는가.

지금 가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인사만은 만사라고 계속 자신하는 문민정부 지도자도 큰자리에 인물을 쓸때는 한번쯤 효를 잣대로 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인사는 만사라지만 인물을 씀에 있어 효행이야 말로 만사가 아닐수 없다. 박회장의 귀국을보면서 효를 생각해봤다.그가 사법적으로 어떤 죄과가 어느정도 큰지는 깊이 알수 없으되 일단 감옥보다 노모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효를 아는 인물이라면 관대한 처벌은 그리 아까울것 없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 세상은 효행같은 범절의 본보기가 깨지고 있는 험한 세상이 아닌가.산사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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