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아직 안깼니? 아버지께서 산책 나가자고 밖에서 기다리신다"어머니의 낭랑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어머니의 재우침에 퍼뜩 의식은 열렸으나 눈이떠지지 않았다."아휴, 저소리. 내미쳐. 승혜야, 너나 빨리나가. 난 안되겠어"돌아누운 언니가 잠꼬대처럼 투덜거리며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쥐어박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야무지게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엄마, 오늘은 못 나가겠다고 아빠께 말씀드려. 어젯밤 늦게까지 일기 썼단말야"
나는 이불속에서 중얼거렸다. 문밖에서 큰 오빠와 작은 오빠의 기척도 들리고 아버지의 허허로운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간절할뿐 몸이 남의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아버지, 우리끼리만 나가요. 여자들은 할 수 없단 말이야"어느 오빤가의 짜증이 귀청을 파고 있었다.
"그럴까. 하긴 한창 잠이 많을때긴 하지"
"가만있어 보세요. 자꾸 그러면 버릇돼서 안돼요. 요새 야들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꼬장꼬장한 목소리를 들은 언니가 다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승혜야, 제발 빈다. 빨리 좀 나가줘 응?"
"승희야, 승혜야, 정말 못 일어나겠니. 열 셀때까지 안 나오면 문 열테야"다시 어머니가 다그치고 있었다.
"엄마, 딱 오분만 더 있다가 일어날게. 문 열지마, 문 열면 엄마도 크게 실망할거야. 우린 지금 다 벗고 있어"
내가 거짓말을 하며 애원했다.
"아휴, 씨팔. 우리 집은 왜 이런지 몰라. 일요일이라고 마음놓고 잠을 잘수가 있나. 시집을 가든지 도망을 가든지 뭔 수를 내야지"
언니가 노골적으로 투덜댔다. 여덟, 아홉…. 엄마, 잠깐만. 문이 펄쩍 열렸다.
그 바람에 나의 눈도 떠졌다. 꿈이었다. 꿈 치고는 너무나 선연한 어머니의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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