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리포트-망년회

*바야흐로 망년회 시즌.연말을 맞아 어김없이 각종 이름의 망년회모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구시내 호텔과 대형음식점등은 이미 12월초부터 망년회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최근 인천제철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한 한 설문조사에서 1인 2~3회의 망년회 참석계획이 있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망년회는 마치 꼭 치러야할 연말의 필수의식(?)이 되고 있다.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의 망년회가 원래의 취지와 달리 날로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듯 하다는 느낌이다. 폭음과 흥청망청한 유흥,그에따른 각종사고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망년회 술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당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연일 잇따른 유흥스케줄로 일상이 흐트러지며,무절제한 낭비로 빚을 지는 경우 등 가지가지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직장인들에겐 고통스런 시기이기도 하다.

회사원 김재혁씨(37·대구시 월성동)는 "술을 못마시는 나로선 권하는 술을거부해야할때 분위기를 깨는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째째하다느니 배짱이 없다는둥 자존심을 건드려 술을 강제로 마시게하는 술문화가 변해야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의 강력단속에도 불구 "설마 괜찮겠지"하며 음주운전을 서슴지 않고 심지어 술취한 손님을 위한 대리운전에 무면허인 미성년자를 대리운전사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영업시간을 넘겨 새벽2~3시까지 영업하는 노래방들은 남편들의 발목을 붙잡아 이른바 '망년회 미망인' 양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남편은 몸이 멍들고 아내는 마음이 멍드는 우리네 망년회 풍속도이다.

가족단위의 망년회모임도 몸만 같은 장소에 있을뿐 남편들은 고스톱판,아내들은 잡담판,아이들은 저들대로 오락기나 비디오놀이에 빠져 모두 따로따로이다. 혹 아이들교육상 나쁘지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면 "별나다"는 핀잔만되돌아오기 일쑤라는게 주부들의 얘기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가족이 서로 일품요리 한가지씩을 만들어 상을 차리고,노래부르기, 장기자랑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한다면 술로 지새는망년회모임과는 비교될 수 없는 즐겁고 의미있는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우리의 망년회 모습도 이제 변할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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