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1달러짜리 수표선물

"아빠가 글짜를 쓰기만 하믄 돈이 되는거야?"당시 미국 뉴욕주 올바니에서 국민학교 1학년에 다니던 철부지 딸의 놀란듯한 물음이었다. 내가 은행 수표책을 꺼내서 딸에게 1달러짜리 수표를, 두오빠 에게는 2, 3달러짜리 수표를 써주고 있었다. 여유가 없어 성탄절 선물대신 은행거래 수표책으로 겨우 1달러짜리 수표를 써주는 자리였다. 성탄 전야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저녁이었다.

미국 유학을 결심한 것이 너무 늦어 아이들이 커가고 있던 중에 가족 전부가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고 유학생 1인 풀브라이트 장학금 월생활비 5백달러 만으로 온 가족이 살아야 하던 어려운 때였다.

평소에도 여유가 없었지만 그해에는 공교롭게도 현금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그냥 12월24일을 넘길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1,2,3달러짜리 수표를 쓰고 서명을 해서 하나씩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좋아라고 아빠를 껴안으면서 "아이 라브 유, 대디"를 연발하는 아이들에게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내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아무것도 모르고 글자만 쓰면 돈이 되는 수표를 신기해 하는 막내딸이 세상에 제일 불쌍한 것 같았다.

다음날 미국인 노수녀와 부목사가 찾아와 푸짐한 선물을 아이들에게 안겨주고 갔다. 그러나 아빠의 1달러짜리 수표보다 더 좋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1달러짜리 수표가 평생 가장 아름다웠던 선물인 것같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그 사랑의 추억이 생생해지며 늙어가는 마음을밝혀주곤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