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국정감사(17)

상황실에서 각종 법조문과 서류철을 동원해서 답안용지를 작성하는 동안 진계장은 자기담당 분야인 휴게실의 불편사항 유무 등 의원들이 휴게시간을 쾌적하게 가질 수 있도록 보살피느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질의사항을 녹음한 테이프를 꺼내고 새것으로 갈아끼워 다음 일을 준비해놓은 진계장은 먼저 의원휴게실과 기자들, 비서관들이 쓰는 휴게실을 들러본다음 시중드는 직원들로 하여금 차질없도록 한번 더 당부했다.약간의 간식은 물론 차종류도 인삼즙에서부터 커피에 이르기까지 기호에 따라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도록 만반 대처했다.휴식시간은 20분을 선포했었는데 30분이 다되어서 그제서야 하나 둘, 그것도 꾸역꾸역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위원장 자리에는 계속해서 송의원이 그대로 차고 앉아 있었다.휴식시간 뒤에 제자리를 차고 앉은 의원은 모두 7명이었다. 다시 3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여당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변명도사유도 일체 없었다.그것과는 상관없다는듯 송의원이 의사봉을 잡았다.

"지금부터 속개를 선포합니다. 지사는 앞서 있었던 의원님들의 질의 사항에대한 답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탕, 탕, 탕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랑, 회의의 분위기가 어쩐지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덜엄숙하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김이 좀 빠져있는 듯 보였다. 그것은 빈 좌석이 의외로 많다는 점과 그나마 참석의원들까지도 몸에 이미 밴듯한 산만한행동이 무엇보다 그런 것을 느끼게 했다. 속기사까지 속개를 선언하고 한참뒤에서야 느릿느릿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것과는 관계없이 윤지사를 비롯한 배석한 간부와 직원들은 벌써부터 제시간에 자리를 갖춰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윤지사가 잠시 분위기를 훑어보더니만, 이윽고 말했다. 처음보다 기가 살은 말투였다."그럼, 앞서 질의하신 의원님들의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질의순서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먼저 조필수의원님의 답변사항인데, 의원님만 허락해주신다면 충분한 자료를 갖춰서 오늘 감사후 곧 서면으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의원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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