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겨울 미루나무 숲에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겨울 강가 미루나무 숲에 섰다. 푸르름과 고운 단풍빛을 자랑하던 그 자태는앙상한 모습의 겨울 나무가 되었다. 이른 봄부터 가지마다 연두빛 새싹 움튼제몸 가꾸기에 열심이었던 나무는 한여름 우리에게 좋은 그늘을 주었고, 가을에는 숲이 이루는 멋진 풍경화 한 폭을 또한 펼쳐주지 않았던가.이제는 맨살 드러낸 채 찬바람을 맞고 선 겨울 미루나무를 보며, 성장한 자식을 훌훌 떠나보내고 시골집을 지키는 어버이를 생각한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보호와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자식을 그리며 겨울 긴 밤 잠못이루실 어버이가 아닌가. 하지만 철마다 채소, 양념 보따리 챙겨내시며 마디마디 굵어진 손이 아리어 밤잠을 설치고 계실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워할자식들은 그 얼마나 있을까.가끔 존속 폭행과 살해기사가 매스컴을 더럽힐 때면 그들의 비인륜적인 행동에 분노했으며, 그때마다 어버이께 소홀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사연이야어떠하든 자식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말연시 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채워진 골목골목의 미담들이 세상의 빛이 되어 밝게 빛날 때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엊그제같이시작된 한해도 이제 몇시간만을 남겨두고 저만치 가고 있다.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 보며 내 어버이 마음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마지막 남은 몇개의 마른 잎을 달고 하늘로 뻗은 미루나무 가지를 보며, 이시간에도 곁을 떠나 있는 자식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계실 이땅의 겨울어버이를 생각한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