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춘구대표 인사 뒷얘기

김영삼대통령 인사스타일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특징을 손꼽으라면 우선 무엇보다 먼저 '철저한 보안'을 들 수 있다.민자당총재인 김대통령에 의해 7일 새당대표로 지명선출된 이춘구국회부의장의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한승수청와대비서실장을 비롯, 이원종정무수석등 청와대 핵심참모들도 지난6일아침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부의장과 조찬을 함께 하기전까지만 해도그저 '감'으로 후임새대표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을 뿐 김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6일아침 청와대조찬회동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다음날까지도조찬사실자체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해왔다.

김대통령은 6일아침 7시 30분부터 8시30분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약 1시간동안 이부의장과 만나 아침을 함께 하며 당대표를 맡아 당을 엄정관리하고당의 세계화와 지자제선거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전해졌다.

이부의장은 이에 대해 당대표를 맡기에 자신의 역량이 모자라지만 최선을다하겠다면서 향후 당운영및 후속 당직인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초에도 이부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당시김종필대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히고 이에 따른 지도체제개편및당명 개칭등 당개혁방안을 설명한뒤 이부의장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이부의장을 모든 면에서 상당히 믿고 있다"고말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이미 이 때부터 이부의장을 유력한 당대표후보중한 사람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때만해도 김대통령이 이부의장 한 사람을 유일한 당대표감으로생각했던 것같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지난 1월 설연휴직전에 원외인사로서 당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정원식전총리도 청와대로 불러 당의 세계화구상을 설명하고 정전총리의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정전총리가 원외 당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된 이유도어쩌면 김대통령과의 독대에 있었는지 모른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설연휴가 끝난뒤 김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원내와 원외로 나눠 후임대표후보를 천거했다.

원내의 경우 이부의장, 총리를 지낸 황인성의원과 김윤환 이한동의원등 4명이 대표후보로 천거됐으며 원외인사로는 정전총리와 이영덕전총리 그리고 민주계의 김명윤씨가 각각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지난 6일 이부의장을 청와대로 부르기전까지만 해도 원내와 원외의 선택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참모들을 포함, 여러 관계인사들로부터 자문도 구했으나 본인의인사스타일대로 이에 대한 자신의 의중은 단 한번도 내비친 바 없다는 것.다만 김대통령은 대표인선구상을 마무리하면서 "현실과 이상에는 차이가 많다"면서 이상보다는 현실에 치중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을 뿐이다.청와대 관계자들이 정전총리를 포함해 원외인사가 아닌 것같다고 감지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김대통령이 당대표인선에서 가장 중요시한 대목은 당내 단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부의장의 당대표지명이 차기 후계구도에 곧바로 연계되지 않고 당내 역학구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당내 안정과 단합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카드'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종필씨의 신당창당으로 충청권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도 김대통령이충청권출신의 이부의장을 대표로 기용한 하나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대통령은 동시에 이번 기회에 능력있는 군출신을 과감히 대표로 기용함으로써 군및 보수진영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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