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3월 나는 첫 임지인 울릉도로 향했다. 울릉중학교교사로 발령이 난 것이다. 나를 데리고 가야할 사명을 띤 장학사와 배를 타려고 포항에 도착했으나 폭풍주의보로 인해 3일간을 포항에 머물러야 했다.돈이 떨어진 나는 장학사에게 배 삯을 빌렸다. 좋은 경험이 될거라는 장학사의 권유로 널찍한 마룻바닥의 3등실에 앉아 11시간동안 12번을 화장실에 넘나들며 마구 토해냈다. 정말이지 그건 사투였다. 1등실에 탄 장학사가 원망스러웠다.그러나 그 힘들었던 기억은 그 다음날부터 곧 잊게 되었다. 첫 임지에서 낯선 학생들을 대면한 것이다. 그들은 무척이나 나를 잘 따라주었고, 악보도잘 읽지 못하는 학생들과 악대부를 만들어 행사때마다 곳곳에서 신나게 불어댔다.
서로 힘은 들었지만 정이 무르익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그해 여름! 내가 군 입대로 울릉도를 떠나던 날 오전, 짐을 챙겨 도동항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7월말이라 관광객도 꽤 많았는데교복을 입은 전교생이 교장선생님의 인솔하에 수업도 미루고 도동항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고 악대부가 축가를 연주해 주었다. 그러나 날아갈듯 기분만좋았을 뿐, '이게 바로 참 교육의 현장이며 인간성 회복의 원천적인 힘이아닌가 '라는 생각은 여러해 뒤에야 하게 됐다.
제대후 12년간을 더 교직에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런 감동적인 장면은 경험할수 없었다. 그때의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보낸다.전인교육의 장이 하루속히 열리기를 기대하면서…
돌아오는 배편은 1등석에서 편히 올수 있었다.
임정상〈안동시민합창단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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