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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며 최근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진'도망자'라는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있다. 부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사내가 경찰에 쫓기면서 진짜 범인을 쫓는 이야기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극의 주인공은 '도망자'가 아니라 '도망자이면서 추적자'인 셈이다.좀 엉뚱한 이야기같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살아가는 지혜 하나를 암시받았다.

그건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불합리한 상황을 그때마다 매번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선 홀가분하게 도망쳐 버리는 것이 순수함과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고, 또 언제라도 그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는 일이다.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원칙은 다르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불합리하고부당한 상황과 맞싸워 합리를 실현하고 정당함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온당한 삶의 태도이고 가치있는 정신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 말은 맞다. 그러나 내가 영화에서 암시받았다며 '도망치자'고 말한것은 '도망자이면서 추적자'가 되자는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순의 대상은 사실 실체가 아니다. 그런데 그것에 매달려실랑이를 벌이다보면 점차 지치고 힘들어져 결국에는 누군가 상처입거나 좌절하게 된다.

사회 상황이든 개인 상황이든 같다. 진짜 범인은 항상 따로 있을 때가 많다.그 놈을 잡으면 된다.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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