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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수사 뒤바뀌는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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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재전총무처장관의 '경위서'를 계기로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의 당사자가 노태우전대통령에서 전두환전대통령쪽으로 뒤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비자금설의 실체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은 더욱 증폭될 조짐을 보이는등 '비자금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서전장관은 8일 검찰에 경위서를 제출해 비자금설의 최초 발설자와 대리인에 대해 밝혔다. 그는 경위서를 통해 "가·차명계좌 개설을 밝히며 선처를호소한 사람은 요식업자인 김일창씨이다. 김씨는 의뢰인이 전두환전대통령의동생인 전경환씨와 처남인 이창석씨라고 말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서전장관에게 4천억 비자금설을 전해준 사람은 김일창씨이며 전직대통령의 대리인을 자처한사람은 송석린씨로 드러났다. 서전장관의 한 측근은 당시 김씨로부터 자신을 '전씨일가'라고 자처하는 송모씨가 전직대통령의가·차명계좌를 실명화할 수 있는 방안을 타진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서장관의 경위서에 따라 '4천억 비자금설'의 당사자는 그동안 여론의 집중적인 의혹을 받아온 노전대통령에서 전전대통령측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일단 노전대통령측은 의혹에서 벗어나게 됐다. '비자금설'이 터진 초기부터 지금까지 비자금을 추적해온 야당의원들이나 민자당인사들도 "현정권과 돈을놓고 협상할 위치에 있는 쪽이 누구냐고 생각해 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며줄곧 의혹의 시선을 노전대통령쪽에 두었었다.

그런데 송씨의 등장은비자금설 파문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되돌려놓는결과가 됐다.

그렇다고 비자금설의 당사자를전전대통령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위서에서도 서전장관은 전전대통령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있는 말을 하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전장관은 "문제의 돈이 전전대통령 본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직접적인 관련여부는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9일 갑자기 5공쪽으로 의혹이 쏠리자 "경위서에는 그런 이름이 전혀 없다"며서둘러 파문이 다른 쪽으로 확산되고 와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송씨가 전직대통령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정가 일각에서는 서장관 경위서의 '행간'이나 비자금설의 당사자로 노전대통령에서 전전대통령측으로 넘어간 배경에는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있다. 현정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노전대통령측이 당사자로 밝혀질 경우와 현정권과 인연이 덜한 전전대통령측이연루될 경우의 사태진전이 현 정권에 안길 정치적인 부담이 전혀 다르다는분석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신당에 참여하고있는 김원길의원이 단호하게 노전대통령이 1천2백억원의 비자금을 갖고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전대통령은 경위서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비자금설의 의혹을 받고있다.

서전장관이 밝힌 두사람이 예상밖에 '경량급'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다 당초의 초점서 벗어나고 있어 '비자금파문'은 두전직대통령과는 무관한 것으로결론이 내려지고 시중의 루머를 옮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예고해 주고있다.

대리인으로 드러난 송씨가 전전대통령측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비자금설이 요식업자와구정치권인사의 '합작품'으로 끝날 공산도적지않다.그럴 경우 발설자와 대리인을 공개하면서 여권핵심부가 사전조율을거쳤다는 점을감안하면 여권핵심부가 이번 파동을 검찰의 손을 빌려 미봉하기 위한 수순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까지 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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