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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강은 산을 꺼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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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다. 우리 집으로 마을온 사람들이 얼추 돌아간다. 방에는 춘길형,창규형, 정수만 남는다. 부엌에서는 음식 만드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다지고, 지지고, 볶는 소리다. 할머니는 혼자 추석 차례상 준비에 바쁘다."장형, 한 잔 드십시요. 목이나 추기고 얘기 계속하십시요"춘길형이 짱구에게 빈 잔을 넘긴다. 쌀알 뜨는 걸죽한 막걸리다. 용담댁이빚은 술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마을 길흉사 때면 용담댁이 술을 맡아 빚었다. "용담댁이 빚은 술이라야 제 맛이 나지" 동네 어른들이 하던 말이었다. 용담댁은 팔배아저씨 모친이다. 용담댁은 내가 아우라지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뒤를 이어 용담댁 며느리 창규엄마가 술을 빚는다."…예전에는 그랬죠. 하나가다(화견)가 조직의 왕초를 했수다. 하나가다란 뛰어난 주먹을 말하죠. 영어로는 루키라 하죠. 그래서 하나가다 아래로주먹라인이 만들어집니다"짱구가 말을 끊는다. 사발술을 기세 좋게 들이킨다. 파전부치를 간장에 찍어 입에 걸머넣는다. 짱구는 최상무파가 강변파를 먹는 이야기를 했다. 셋은귀를 세워 그 이야기를 듣는 참이다. 싸움 이야기는 모두가 좋아한다. 나는싸움 이야기를 듣기 싫어 한다. 무섭다.

"주먹가다가 이젠 맥을 못춘다는 말씀이군요. 허기사 김두한 시절 얘기지요. 주먹 하나로 팔도를 누비던 시절"

정수가 말한다. 한서방의 아들이다. 정수는 포항제철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맞짱뜰 땐 쌍주먹이 날렸수다. 그래서 주먹들은 섀도복싱 도장에 나가몸 만들기에 열심이었죠. 그게 다 낭만파 주먹시절 얘깁니다. 이젠 칼집이세상이지요. 칼을 잘 써야 합니다. 작은 칼은 사시미칼, 긴 칼은 닙본도. 그걸 잘 다뤄야 해요. 기술을 익혀야죠. 오령껏 찌르고 베는 기술. 그래서 칼쓰는 연습을 하죠. 나무에다 모래부대를 짜매 놓고 상단, 하단 찌르기를 연습해요. 그런데 연습만 잘하면 뭘합니까. 실전에서 잘 찔러야죠. 첫째 담력,둘째 민첩성이 있어야 하우. 몇년 전. 그런 예행연습이 있었수다. 훈련장 산중턱에서. 돼지새끼 세 마리를 산중턱에 풀어 놓았죠. 출전 선수는 일곱 명.돼지새끼를 붙잡지 않고, 사시미칼로 찌르기죠. 뒷다리 찌르기가 일등, 앞다리가 이등, 멱 따기를 꼴등으로 정해 놓고. 실전에서 목을 찌르면 안돼요.즉사니깐. 즉사시키면 호텔서 평생 썩잖수. 돼지새끼들은 꿀꿀거리며 도망을가겠다, 잡지 않고 찌르기가 여간 힘들어야죠. 여기 시골이니 잘들 아시잖수. 날으는 삼겹살이란 말이 있듯. 돼지새끼들이 오죽 똘똘해요. 그 시합에내가 일등을 했수다. 그날 밤, 산 중턱에서 돼지새끼 세 마리 바베큐 요리로왕창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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