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같은 곳에서 삶은 다르게

전직대통령의 축재가 온나라를들끓게 한다. 돈이귀한 사람이거나 돈모으기를 낙으로 여기는 재벌사업가이면 모르겠으나 돈과 명예까지 어느것하나귀한것 없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 놀라움은 더 크다. 참으로 돈이 무엇이기에, 재산이 무엇이기에 한사람을 저렇게 구렁텅이에 빠뜨려 나오지 못하게하는것일까. 부끄러운건본인뿐 아니다. 그를 가장으로 받들었던 가족이나그를 대통령으로 모셨던 국민들이 얼굴을 들수없게 되었다. 한순간의 실수로치부하고 잊어 버리기에는 너무 엄청난 충격이고 쉽사리 털고 일어나기엔 뒤가 무겁다. 그러나 밝힐 것은 밝히고 책임을 물을것은 물어서 마무리를 해야한다. 가족도 국민도 얼굴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니까.*전직대통령의 축재지금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확한 전모는 알수 없다. 중간중간의보도로는 사건이 터져나오게된 원인가운데 측근간의 불화설이 있었다. 불화설, 그중에도 물욕의 갈등으로 비쳤다. 불화는 끝내 너도나도 모두를 망하게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여자종이 주인의 콩과 보리를 맡아 지켜주고 있었는데 그집의숫양(양)이 종종 와서 몰래 그콩과 보리를 먹었다. 이때문에 여종은 주인의의심을 사 미움을 받았다. 여종은 그 숫양에게 종종 매질을 했다. 그러자 숫양도 원한을 품고 뿔로써 여종을 들이 받았다. 어느날 여종은 매를 들지않고불을들고 있는데 숫양이 달려왔다.

다급하여 매를 집을 사이도없이 손에든 불을 숫양의 등위에 던져 버렸다.숫양은 불덩이가 되어 이리 저리 뛰며 닥치는대로 대질러서 사람을 태우고마을을 태우고 이어서 산까지 태우고 산중에 있던 짐승들도 화를 입게 하였다. 여종과 숫양과 마을사람과 산짐승들이 일시에 타죽었던 것이다. 불화가빚은 참사였다.

김수환추기경은 어느 모임에서 정부는 이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 타협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죄없는 사람이 있으면 이 여인을 돌로 쳐라는 성경구절을 언급하면서 정치인들은노씨의 비리를 단죄만 할것이 아니라, 그렇게 부패할 수 있는 정치풍토가 만들어진데 대한 책임을 함께 느끼고 깨끗한 정치풍토를 솔선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노씨는 석고대죄해야하며 더이상 무엇을 숨기거나미뤄서는 안된다면서 '국민이 내리는 어떠한 벌도 받겠다'고 말한대로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세, 속죄하는 마음을 실제로 보여야 한다고 했다.*한점 의혹도 없어야

세상에는 여러종류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산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대로 나쁜 사람은 그대로 나뉘어 살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갈등이 있다. 그러면 크고작은 갈등이 그치지 않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동처부동주라는 말이 있다. 같이 있어도 같은 삶은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이 동쪽으로 간다고 자기도 동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간다고 서쪽으로 가는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는 바른길로 가고잘못된 길은 같이 걷지않는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사람을 버리지 않고 바른길로 이끌어 주며 함께 산다는 것이다.전직대통령의 축재사건은 가난하나마 바르게 살아가려는 많은 사람들에게허탈감을 주었다. 그리고 사회의 여러분야에 많은 파문을 일으켰다. 떡심이풀리는데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학생들이 어떻게 사는게 옳은 것이냐고 묻는데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일파만파로 많은 문제들을 던져놓았다.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기존의 가치체계를 온통 뒤흔들어버려 그것들을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데도 많은 노력과 긴 시일이 들어야할 것이다.먼저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어 누구에게도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하고, 그다음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완벽한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본사이사·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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