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씨구속 수치만은 아니다

노태우전대통령의 구속은 그것이 가지는 사법적 의미이상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구속을 지켜본 모든 국민들은한결같이 분노하면서도 국가적 불행이며 수치로 인식하고 허탈감에 빠졌던것이다. 이는 부패권력과 부패정치의 바닥까지 확인한 상태에서 오는 놀라움과 격분이며 정부와 정치에 대한 절망과 좌절이라 할수 있다.노씨의 구속이 대내적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등 국가의 모든분야에서 가치전도와 냉소적 불신, 허무주의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대외적으론 국가와 국민의 위신과 신용의 추락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를 위기와 위축으로 몰아넣고 충격과 경련의 혼미속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지금까지의 국가발전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높은 것이다.우리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지독한 거짓말쟁이고 파렴치한 범죄자로 밝혀진마당에 국민들이 그러한 열병을 앓게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이 시점에서 노씨의 구속을 비관적, 부정적 의미와 함께 희망적, 긍정적 의미로 새겨볼 필요도 있을것이다. 건국이후 많은 대통령들이 부패의 의혹과정경유착의 구조적 비리에 얽힌 사실들이 부분적으로 드러났지만 그것이 한번도 사법처리된 적이 없었던 것은 정치적 후진국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국가로서 위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의 숱한 국가 가운제 전직 국가원수가 재직시의부정부패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않다. 쿠데타나 정변으로 정적을 부패혐의로 몰아붙인 경우는 많지만 적법한 검찰권 발동으로 전직 국가원수를 법대로 처벌한 경우는 드물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잘못이 있으면 사법처리되는 법치주의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선진화되는 의미도 담고있는 것이다.

노씨 구속과 관련, 대통령재직시의 부정부패를 막을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고 3권분립에 의한 견제를 확립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 사건은 되레 우리를 대내외적으로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것이다.노씨구속자체를 부끄럽고 불행한 일로만받아들여서는 안될것이다. 그것이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면 되레 그것이 국민의 승리요, 외국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비칠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유전무죄라든지 권력의 무소불위가 관행화된 잘못된 측면을 바로세우는 풍조를 만들어 더욱 희망찬 장래를 열어갈수도 있을 것이다.뿐만아니라 군부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정통성 약한 집권자의 말로가 이렇게 비참하다는 교훈은 우리의 정치발전과 역사에 도움을 줄것이다. 여기에노씨와 부패연루자의 단죄, 정치권의 반성, 국민의 엄정한 판단등이 노씨사건을 우리의 정치·사회를 선진과 성숙으로 끌어올리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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