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비산먼지?"

앞산 네거리에서 현충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앞산 순환도로와 맞닿는 공사장에서 이런 글귀를 만난다. 본 공사장에는 비산먼지를 발생하지 않습니다 비산 은 아마도 날아서 흩어지다 의 뜻인것 같은데, 이렇게 이상한 말을 써서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고, 글자 많이 써서 제작비 더 들이고, 대재벌회사의 이미지만 더럽히고 있다.

요즈음 매일 접하는 그 많고 많은 광고물 중에 바르게 쓰여진 것을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대학의 강의실은 더욱 가관이다. 미국 글 알파벳 한자 틀리면큰 실수로 인정하고 중국 글자 한 획만 잘못 그어도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우리 글은 엉터리로 떡 써 놓고서도 그렇게 뻔뻔스럽고 의기양양할 수 있는지.

이런 사람일수록 한글은 어렵다느니 맞춤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불평이다. 이런 사람에게 한글맞춤법 통일안 공부는 고사하고 구경이나 한번 해 보았느냐고 묻고 싶고, 한글 맞춤법은 자주 바뀌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한 이래 근 반세기 만인1980년에 약간 바뀌었을 뿐이다. 세밀한 부분은 일반 사람은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다.지금까지 학교의 국어 교육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사회의 국어 경시 풍조가 더 문제이다. 언어는 정신이다. 그러니 국어는 우리나라의 정신이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되었다. 국민 모두에게 국어 재교육을 통한 정신 차리기 운동이라도 펴야 할까보다.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는 어느정도 살만하게 되었다. 자동차도 많이 만들고 전자 제품도 잘 팔고 축구도 잘 한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으니 이제는 숨을 한번 크게 쉬면서 정신을 다가듬어 볼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경북대 부교수.중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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