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美국무의 잘못된 시각

미국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항상 그들의 잣대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우리와의 오해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문제를 논의하면서 미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대명제는 멀찌감치 밀어둔채 언제나 자국이익이나 11월대선을 우선순위 1번으로 꼽아온 것 같은 인상을 부인할 수 없을게다.

북한의 무장간첩사건과 관련해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은 19일 인도적 차원의 대북원조들이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해 주기 바란다 고 언급했다. 그의 모든 당사자 들이란 발언을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고 이걸 문제로 삼자니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아 안됐기는 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곰곰 씹어보면 역시 우리가 평소부터 생각해왔던 미국은모든 상황을 자국의 이익에 맞추고 있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크리스토퍼장관의 외교적 언사를 다시 직역해보면 클린턴대통령이 재선되려면 대북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져 북한이 조용해져야 하는데 모든 당사자 즉 남북한이함께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다 는 뜻으로 해석할수도 있다.

물론 클린턴행정부로선 오는 11월대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선거의 악재로 작용하는 모든 문제들은 미리 제거하고 싶어 그런 발상이 나올수도 있다. 그러나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에겐 당근만 주고 남한도 함께 그들에게 돈과 쌀을 주면서 되레 계속 두들겨맞아도 참아야만 한다는 인식이 바탕되어 있다면 그것은크게 잘못돼 있고 따라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이날 미국과 일본의 외무.국방장관들이 2+2 형식의 회담석상에서 두번이나 분명하게 강조된 모든 당사자 들이란 발언은 대외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美국무장관의 발언이기 때문에 진짜 당사국인 우리로써는 진의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수 없고 표현이 착오였다해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충분하다. 미국은 우선 대선(大選)의 승리가 급해 북한의 도발 도 남한의 자제 로 억제되어 한반도의 안정이 억지로라도 거짓포장되어 있기를 바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당하는 우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같은 사태는 인내할 성격도 아니며 인내가 자칫하면 생존에 치명타를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크리스토퍼장관의 발언이 그들 보좌관들의 말대로 단순한 실언이기를바란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장관발언의 기저에 짙게 깔려 있다면 우리로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정부는 한미간에 새로운 정책의 조정을모색치 않으면 안될 것이다. 미국도 대북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클린턴의 재선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고 긴눈으로 내다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를 이렇게 오판하게 된다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될것이다. 특히 북한의 이번 도발을 어정쩡하게 넘긴다면 제2도발을 방조하는결과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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