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世風

"마지막 불꽃"

역사의 궤적이 끊길 때마다 정권은 전사들의 피를 요구한다. 그러나 전사의 피는 역사의 흐름을 좀더 연장할 수는 있어도 결코 오래 지탱하지는 못한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힌다. 촛불은 자신의 기운을 모두 소진하여임종이 가까워 올 무렵이면 혼신의 힘으로 마지막 불꽃을 밀어 올린후 촛물속으로 잦아 든다. 영원히 아주 영원히.

생명체가 아닌 하찮은 불꽃의 마지막 삶도 이처럼 치열하거늘 무릇 모든 생명체의 죽음앞에서의 몸부림은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북한 망할 수밖에

무장공비들의 잠수함 침투사건을 연일 TV화면으로 지켜 보고 있으려니 문득

무엇인가 마지막이 가깝게 느껴져옴을 부인할 수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실상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한 극히 단편적인 것 뿐이다. 이번 공비사건을 두고 안기부와 통일원의 분석이 서로 달랐고 국방부의 견해가 공식적인것으로 발표됐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CIAd의정보와 국무부의 그것이 때론 엇갈리는가 하면 연구원이나 학자들의 견해가 오히려 정곡을 찌를 때가 많았다.

정보와 소문의 허와 실이 서로 혼돈 속에서 교차하더라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얻은 느낌이 길고 짧고 넓었지만 크다 는 명백한 사실앞에는 모두가 동의한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정보와 루머를 종합해 보면 북한은 불원 망할 수밖에 없다 는 사실이다.

암흑기 당분간 계속

한 생명체가 임종을 맞기까지는 숱한 과정을 겪는다. 간암환자가 죽음에 이르면 복수가 차오르고 식도가 말라 붙어 육탈(肉脫)현상이 완결될때 비로소 이승과의 인연을 끊는다. 한 체제가 붕괴하는 조건도 마찬가지다. 우선 지도자의 영도력 손상이 따르면서 핵심계층과 핵심군부가 이탈해야 한다.

그리고 민족적 정통성이 훼손되면서 사상적 구심점에 동요가 일어나야 하며 감시통제기구는 힘을 잃어야 한다. 거기에다 사회적 경제적 피폐현상은 일부지역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국민들이 사상적으로 개혁을 향해 깨어나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파트로 치면 외벽에 균열이 생긴 상태일 뿐 김정일을 비롯한핵심계층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어 붕괴는 시기상조라는 설도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데다 내부의 동요를 쿠데타로 연결시킬 군부내의 반체제 세력들이 돋아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암흑기는당분간 지속되리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더러 있다.

구멍뚫린 안보가 걱정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소프트 랜딩을 기대하는 쪽에서 원하는 하나의 바람일 뿐 속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북한붕괴론은 90년대초 동구권 몰락이 시작되면서 기초가 잡혔으며 김일성의 사망으로 가속전환점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 일본도 방위청산하 간부가 은밀히 작성한북한 3단계 붕괴 가능성 이란 보고서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한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물자를 제공할 수 없는 1단계를 넘어 국민통제가 불가능한 2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3단계는 상황이 악화되어 내란 또는 쿠데타로 진행, 김정일이 실각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배급제의 와해, 망명자의 급증, 정보통제의 이완, 사상모순의증대, 군사규율의 문란등을 들었다.

또 주한미군소속 콜린스란 사람은 북한 7단계 붕괴론 을 제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7단계는 자원고갈 차별배급 지역독립 억압 저항 균열 재편등으로 나뉘는데 북한은 지금 3~4단계가 동시에 진행중이라고 한다.

북한의 최근 몸부림은 예사롭지 않다. 무장공비의 군사도발이나 발악에 가까운대남보복발언이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불꽃같아 두렵고 불안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북한이 저지를 수 있는 가능한 사태에 대한 군사적 조기경보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공비잔당이 민간인 3명을 살해하는 북한의 마지막 불꽃앞에서 구멍뚫린 우리의 안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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