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의 이철수공군대위(30)는 5개월여전합동기자회견당시의 촌스러움(?)을 벗고 회색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말끔한모습이었다.
간간이 농담도 하고 자주 미소를 짓는 등 시종 밝은 얼굴이었지만 안보문제에대해서만은 이내 군인 의 입장으로 돌아가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대위는 남한 주민들의 안보의식과 언론의 여과되지 않는 무차별적인 대북 관련 보도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며 연신 고개를 내저어 그동안 얼마나폐쇄사회에 젖어있었나를 짐작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대위와의 일문일답.
-국민들은 전쟁발발 가능성을 반반정도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 군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전쟁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북에서는 비행사들에게 남북회담이나 조미(朝美)회담 (북미회담을 의미)이열릴 때도 평화회담에는 상관하지 말라고 거듭 말한다. 나역시 평화적 방법으로는 절대로 통일될 수 없으며 통일은 오직 총대로만 가능하다고 교양 받았다.통일의 방법은 무력밖에 없다는 것이 김정일의 확고한 인식이다. 전쟁준비는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끊임없이 투자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김정일의 명령만 떨어지면 어느 때든 전쟁은 가능하다.
-동해안 잠수함 침투사건을 계기로 남북간에 국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보는가.
▲북한이 잠수함을 침투시킨 것은 전쟁준비의 일환이며 백배천배보복 발언도충분히 실천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외교 전략은 맞받아 치는 것이며 그들은 이로 인해 이겨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김정일은 계속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잠수함 사건이후 남한 사람들은 우리가 쌀까지 올려보냈는데 어떻게 공비를 보낼 수 있느냐 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는데 북한을몰라도 너무 모른다싶어 놀랐다. 쌀한섬받았다고 북한이 고마워할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정일은 오직 전쟁준비만 해왔고 경제난 식량난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되면 전쟁을 택할 수도 있다. (전쟁가능성 얘기가 나오자군인 기질이 나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북 쌀 지원 부분에서는 쌀 지원과 북한도발은 별개의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AN-2기가 휴전선 부근이나 서해 상에 수차례 출몰해 긴장시키고 있는
데.
▲AN-2기는 특수전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남한지역에 특공대를 침투시키는 것이 주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북한에서 AN-2기를 타고 강하연습을 수차례했다. AN-2기가 휴전선 부근에 자주 출몰하는 것은 남한을 기습하기위한 기도로밖에 해석을 할 수 없다.
-어떻게 공군 조종사가 됐나.
▲고등 중학교(6년과정으로 남한의 중.고교 과정에 해당함)를 졸업하기 1년전부터 학업성적과 신체검사결과등을 토대로 비행군관학교 입학대상자를 선발하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계급성분이다.
-인물도 보는가.
▲나를 보면 인물을 별로 보지 않는 것 같지만 다른 비행사들을 보면 인물도선발 조건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웃음)
-지난 추석에는 어떻게 보냈나.
▲회사(안기부를 지칭)에서 차례상을 마련해줘 차례도 지냈다. 북에서는 떡을좋아하지도 않았고 먹을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떡을 참 맛있게 먹었다.
-남한에서 외롭지 않나.
▲남한에도 좋은 사람 많으니까 열심히 일하면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 (북에는 처(27)와 아들(4)과 딸(2)이 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구는 이대위의 눈시울은 잠시 붉어졌으며 담배를 잡고있는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
-귀순직후 합동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남한사람들과 정부가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의미하는 가.
▲내가 북한 공군 출신인 만큼 남한공군에서 일하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비행기 조종간을 다시 잡고 싶은 생각인가.
▲비행기 조종은 참으로 멋있는 일이다. 남자로 태어나 꼭 한번 해볼만한 일이다.
-요즘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북한생활상을 전하는 등 통일사업을 돕고 있고 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북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한자도 전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와 한자를 새로 공부하고 있다. 북한에서 한자를 쓰지 않았던 탓에 생활에불편이 많다.
-통일 사업을 돕는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가.
▲이웅평소령이 13년전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한 이래 귀순 북한공군으로는 내가 처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남한군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군 관계자들과 면담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서울시내를 돌아다닐 시간도 별로 없었다.
-신문은 자주 보는가.
▲신문은 물론 텔레비전 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본다. 드라마 중 KBS-TV의
사랑할 때까지 가 제일 재미있다. 이드라마는 북한에서 그대로 방영해도 상당한 인기를 끌 것이다.
-지난 여름에는 한총련 시위가 상당히 격렬했는데.
▲북한에서도 텔레비전을 통해 남한에서 학생들 데모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올해처럼 학생시위가 격화되면 북한 텔레비전은 이를 주요 기사로 취급해속보도 내보낸다. 학생시위가 있을 때마다 북에서는 지난 80년의 광주봉기처럼더 거세져야한다고 노골적으로 선동을 한다. 한총련 사태를 보면서 대학생들이북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쫓다가는 북한의 전략에 그대로 말려든다.
-북한언론과 우리 언론의 차이점이 상당히 클 텐데.
▲북한공비침투사건을 보면 남한 측의 대응 모습, 특히 언론에 대해 많이 놀랐다. 공비들이 아직 다잡히지 않았는데도 작전상황을 상세히 보도한다거나 작전지역 접근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남한언론에서 보도되는 작전내용을 보고 북한에서 공비들에게 단파라디오를 통해 지령을 내리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 아닌가. 얼마 전에는 텔레비전에 신형자주포가 개발됐다는 뉴스와 시험발사장면을 자세히 보도됐다.엄연히 군사 비밀인데 어떻게 대대적으로 보도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북에서는 호시탐탐 전쟁만 노리고 있는데 남한 주민들은 안보의식이 너무 희박해걱정스럽다.
-백화점, 시장 등에서 쇼핑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게마다 넘쳐흐르는 물건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길거리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부끄럽지만 안내해주는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다닐정도였다. 평양인구가 1백만 명이고 북한인구가 1천8백만명정도인데 서울에만1천만명이 넘게 산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남한여성들에 대한 느낌은.
▲서울시내 다니면서 여성들을 유심히 봤는데 남한여성들은 1백m미인 이다.멀리서 뒷모습을 보면 모두다 멋있어 보이는 데 다가가서 얼굴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북한여자들만 못한 것 같다. 역시 남남북녀(南南北女) 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지방구경은 많이 했는지.
▲수원공군기지를 한번 가봤고 공군참모총장님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간 것이서울에서 남쪽으로 가장 멀리 간 것이다. 신문방송에서 가을 단풍얘기를 많이하는 데 기회가 닿는다면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다.
▨이철수 대위 약력
이철수(조종사.30세)
▲96년5월23일 귀순 ▲82년4월 양강도 삼지연군 강두수고등중학교 졸업 ▲84년6월 함북 경성 비행공관학교 교육 ▲88년6월 경성비행공관학교및 함북 의당군소재 797군부대 비행연습 ▲96년5월 온천군 제2비행사단 57얀대 책임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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