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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쓸 글들을 몽땅 미리 저당잡힌 채 언제나 글빚에 시달리던 보들레르. 보들레르 평전 을 보면 글쓰기를 마지막까지 미루면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조용히 글쓸 방 한 칸도 가지지 못한 것을 탓하던 그가(영원한 애증의 파트너 잔느 뒤발이 없었더라면?!) 겨우 출장간 친구의 방을 이틀간 빌릴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그러나 불쌍해라, 우리의 불행한 천재는 그렇게 힘들게 얻은 시간과 공간을 낭비하고 만다. 해가 있을 때는 공원을 산책하고, 거리의 카페에서 술을 마신다. 그리고도 일에 달려들지 못하고 온 밤을 뼈를 깎고 혼을갉아먹을 것같은 시계의 초침소리를 들으면서 시간과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드디어 마지막 새벽시간,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한채 아직도 침상에 누워 충혈된 눈으로 벽을 보며 친구가 돌아오는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동료에게서 전해들은 어떤 영화의 한 장면-노교수로부터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을 받아들고 도서관에 간 학생은 그 중 어떤 책도 도서관에서 찾지 못한다. 해서, 사서에게 물으니 사서가 하는 말,아, 그 교수님 책이요? 그런 책은 없어요. 벌써 몇년째 이런 학생이 오지요. 그 교수님이 쓸 예정인 책인 모양인데, 글쎄 그런 책이 과연 나오기나 할지요… 막바지 초읽기에 몰려 글을 써야 할때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감히 천재나 노교수의 고통을 떠올린다는 건 주제넘고 외람된 일이겠지만 글쓰기의 어려움과 고통스러움만은 너무도 내 것처럼 느낀다.

〈경북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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