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장기화 기업 군살빼기

'월급쟁이 수난시대 오늘은 무사한가요'

기업들이 경기불황을 빌미로 갖가지 수단을 총동원,군살빼기에 나선것을 두고 요즘 직장인들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지역건설업계 한 직원은 "회사가 직원들을 기름짜듯 한다"고 불평한다. 임원간부들은 사용자와 부하직원들의 사이에 끼어 눈칫밥만 늘고 평직원들도 윗사람들의 등쌀에 눌려직장생활이 하루게 다르게 힘들다.

모 백화점 임원 ㄴ씨. 지난 석달새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다. 한 두시간은 족히 걸리는 회의를하루가 멀다하고 해야하고 아래위로 인정받기위해 회사생활에만 줄곧 매달리기 때문. 최근에는 '점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으나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라 윗사람 볼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때문에 휴가는 제쳐두고라도 가족이 있는 서울행도 감감하다. 요즘 술 담배도 아예 끊고 하루종일 매장을 돌며 매출올리기에 신경을 쓴다.

ㄷ백화점은 최근 차장급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능력별 연봉제를 전격 도입해 간부들이 가시방석이다. 회사몰래 가끔 가던 목욕탕 이발소나들이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렸다. 출 퇴근시간도 달라졌다.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30분이상 빨라졌고 퇴근시간이후에 전등이 꺼지지않는 사무실이 하나씩 늘고있다. 한 임원은 회사에서 내주는 차량을 마다하고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일단은 경영진의 눈밖에 나기 싫고 더구나 부하가 상사보다 연봉이 많은 것을 허용하기 싫어서일게다.대기업 과장 박모씨(35·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평생을 바쳐야 할지, 적당한 시기에 스스로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다. 꼭 판단결핍증에 걸린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심리가 이쯤되자 회사에 대한 충성도 좋지만 혹시나 모를 미래의 돌발사태에 대한 준비도 일찌감치 세우는 등 생존전략도 눈물겹다.

지역건설업체 ㄱ대리. ㄱ씨는 이달부터 씀씀이를 대폭 줄였다. 점심식사는 직원식당에서,담배는하루 반갑이하로 줄였다. 10만원이나 드는 주차비도 아끼기 위해 출근은 부인이 태워주는 자가용으로, 퇴근은 버스를 이용한다. 한달동안 씀씀이가 8만원정도로 줄어들었다. ㄱ제화 ㅇ씨. 자가용인 쏘나타를 중고차시장에 내놓았다. 직원 몇몇이와 어울려 카풀제를 실시키로 한 것. 술자리는 2주일에 한번꼴로 갖고 장소와 메뉴도 소주 삽결살로 바꿨다. 또 동아백화점 기획실의 임모씨는씀씀이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6개월전에 14만원을 주고 구입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창업에 눈돌리는 월급쟁이들도 많다. 지역유통업체에 근무하는 ㅅ대리는 최근 창업에 관련되는책을 20여권이나 구입했으며 창업관련신문기사는 꼭 스크랩한다. 일찌감치 판매사자격증을 따둔상태이고 물류관리사 자격증도 준비중이다.

부동산투자로 한 몫 잡겠다는 요행심리도 팽배해 있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요즘 다소 여유가 있어 땅을 사겠다는 직장인들이 부쩍 붐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러겠는냐는게 직장인들의 공통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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