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사건 결심공판 이모저모

"권노갑씨 끝까지 뇌물부인 열중"

○…한보사건 변호인들은 19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의 과거 이력과 사회 기여도, 우발적 범행등을 부각시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

변호인 대부분이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의 최후 변론에 5~10분 정도씩을 할애한데 반해 권노갑(權魯甲)피고인의 변호인인 이석형(李錫炯) 변호사는 무려 40여분동안 권피고인이 받은 돈의 뇌물성을 부인하는데 열을 올려 대조.

이변호사는 특히 "권씨에 돈을 전달한 정재철(鄭在哲)피고인의 진술이 계속 번복되고 있고 뇌물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

○…조흥은행장을 지낸 우찬목(禹贊穆)피고인에 대한 최후 변론에 서울지방 변호사회 소속 황상현(黃相顯)·김성기(金成基)·천기흥(千璣興)변호사등 변호사 3명이 모두 일어서 선처를 호소해눈길.

우피고인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산하기관으로 발족한 중소기업 고문변호인단 구성 당시 기금을출연해 준 인연이 있어 변호인들이 특별히 변론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변호사는 "피고인들중엔 권력과 금력을 지닌 인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은 우피고인 뿐일 것"이라고 주장.○…권노갑피고인의 변호인인 이변호사는 변론을 통해 검찰이 SK텔레콤에서 입수한 권피고인의핸드폰 통화내역 자료에 대해 "위법한 자료를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되며 임의성이 없다"고 주장.이변호사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없이 자료를 입수한 점을 겨냥한 듯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적법한 증거자료가 아니다"며 "권피고인의 진술만을 믿어달라"고 호소.권피고인은 이날 검찰이 보충신문도중 지난해 10월7일 핸드폰 통화내역 자료를 근거로 "권씨의알리바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추궁하자 그동안 부인하던 하얏트 호텔 방문사실을 끝내 시인하는등 막판까지 곤욕을 치르기도.

○…한보사건 결심공판에서 11명의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아예 입을 열지 못한 정태수(鄭泰守)피고인을 제외하고는 각자 다양한 유형별로 선처를 호소했다.

시종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 읍소형을 비롯, '뼈저리게', '고개를 조아리고'등 갖은 어휘를 동원한 참회형, 모든 것이 자신의 부덕이라는 무조건 선처형등이 있는가 하면 되레 자신의 민주화 경력을 내세운 과시형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우석(金佑錫)피고인은 전직 장관까지 역임한 경력과는 걸맞지 않게 첫마디부터 울음섞인 말투로 "누를 끼쳐 죄송하다. 깊이 후회하고 뉘우치고 있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으나 계속 울먹이는 탓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권노갑피고인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전제하고 최후진술을 시작했으나 줄곧 자신의 40년 민주화 경력을 내세우더니 급기야 유신헌법에 반대해 2년동안 옥살이하고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당한 이력까지 내세우기도 했다.

실어증으로 알려진 정태수피고인은 재판장이 "할말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답했고 대신 아들 정보근(鄭譜根)피고인이 "아버지는 사업하시면서 하루도편하실 날이 없었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고 아버지만큼은 편안한 여생을 보내게 해드리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전직은행장들인 신광식·우찬목·이철수피고인은 한결같이 "부덕의 소치"라고 말하며 30여년 이상 봉직해온 은행의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시했다.

이피고인은 특히 검찰조사를 받고 한보청문회에 나왔다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자살한고 박석태(朴錫台) 전제일은행 상무에 대해 "이번 사건 와중에서 아끼는 후배가 큰 불행을 당해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애도를 표했다.

자신을 깃털로 비유했던 홍인길의원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나라가 한시라도 바삐 안정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해 자신이 연루돼 촉발된 사태에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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